[길섶에서] 헌 새책/이용원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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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0-30 00:00
입력 2006-10-30 00:00
며칠전 책을 수백권 버렸다. 집은 그대로인데 살림 규모는 점차 늘어나 집안이 옹색해지니,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단이었다. 한동안 남길 것, 버릴 것을 가리느라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뒤적였다. 본디 연필을 들고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곳곳에 메모를 남기는 습관이 있는 터였다. 그래서 손때 묻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제목도 기억나지 않고 읽은 흔적이라곤 도통 없는 ‘새 책’ 또한 자주 만났다.

처음 한두권 마주칠 때는 ‘아차’ 싶어 얼른 남길 책으로 분류했다. 그러다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읽지 않은 데는 그럴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울러 책에게도 미안했다. 첫날밤 맞는 심정으로 곱게 단장하고 주인의 손길을 기다렸을 텐데,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셈이다.

‘책아, 미안해. 우리는 인연이 없었나 봐. 이제 새 주인 만나 사랑 담뿍 받아야지.’

책 욕심에 눈이 어두워 이것저것 거둬만 들이는 습관은 이제 버려야 할 모양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6-10-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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