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독자와 함께 쉬어 버린 신문/양승찬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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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0-10 00:00
입력 2006-10-10 00:00
1945년 미국 뉴욕시에서는 배달원의 파업으로 독자들이 신문을 접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언론학 태동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학자였던 버나드 베렐슨은 이 상황에서 신문이 없어진 것이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단했다. 그의 발견에 따르면 신문은 유용한 정보원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의 친구였다. 신문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은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대화의 소재를 얻지 못하는 것에 매우 불안해했다. 신문에 참 좋은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 신문이 휴일에 독자들과 함께 쉴 수밖에 없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비용이 발생하는 측면을 고려할 때 기업으로서 신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다. 연휴에 발생하는 속보성 기사의 중요성이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 격무의 신문기자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신문없는 추석연휴를 보내고 나니 변화하는 인터넷 미디어 환경 속에서 스스로 축소시킨 신문의 위상을 다시 확인한 것 같아 못내 안타깝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이슈는 우리 명절과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지난 주 북한이 핵실험 강행을 선언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뉴스였다. 신문이 발행되지 않은 기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핵실험 포기를 위한 성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 역시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대통령도 성묘 후 즉시 업무에 복귀한 긴장 상황이 지속되었다. 비록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낸 명절 기간이었지만 한반도와 관련한 국제관계, 정상회담, 북한의 동향에 대한 뉴스는 우리 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답답함과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연휴기간 의지할 미디어는 인터넷과 텔레비전, 라디오 뉴스였다. 하지만 유행했던 표현처럼 ‘2% 부족’함을 느낀 것은 왜일까? 발생한 사건을 인지하고 대화의 소재로 삼기에는 인터넷과 방송미디어만으론 충분할 수도 있었겠지만, 도대체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위기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해석의 틀을 마련할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포털 미디어가 뉴스를 전달하고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새롭게 떠오르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여전히 신문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전문성에 기초한 상관조정기능(correlation function)이다. 단순한 사실보도의 차원을 넘어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대응책을 처방해 주는 상관조정기능이야말로 변화한 다매체, 다채널 미디어 환경에서도 가장 중요한 신문의 사회적 역할이다. 일부 신문의 편향성이 지적이 되기는 하지만, 사설, 논평, 해설, 분석 기사를 통해 사건 배경에 대한 의미와 정책에 대한 평가를 제시하는 것은 시민들이 정보에 기초한 태도형성과 참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다.

서울신문에서 독자가 얻고자 하는 것은 유엔이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것 그 이상이다. 연휴기간에 서울신문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발견한 것은 발생기사의 나열이었다. 종이신문을 인쇄해 발행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연휴기간 발생한 북한 핵실험 사안에 대해 관련부서의 책임자, 특파원, 논설위원들이 조금 더 발 빠르게 서울신문만의 시각을 인터넷을 통해 제시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지난 5일 12면에서 급변하는 지구촌을 예견하여 ‘미리 보는 추석연휴 국제뉴스’를 내보낸 것은 체면치례인 것 같아 아쉽다.



‘신문 없는 세상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61년전 베렐슨이 궁금해했던 질문을 신문없던 연휴를 보내고 다시 해 본다. 대답은 바로 당면한 사건과 이슈에 대해 해석과 평가를 내려주고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시사해 주는 신문의 상관조정기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쉬어 버린 신문이 다시 생각해 보아야할 사회적 책무가 바로 이 대답 안에 있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
2006-10-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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