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향노루/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6-10-09 00:00
입력 2006-10-09 00:00
도대체 사향이 뭐기에 그런 기발한 수법까지 동원할까 궁금해 사전을 보니 우황청심환이나 공진단 등 한약에 들어가기도 하고, 최음제로도 쓰이는 비싼 동물성 향료라고 나와 있었다. 공진단이라는 한약이 남성들의 진기를 보한다는 설명도 재미 있었다. 요즘 말로는 만성피로 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잘 듣는다는 것이다.
사향노루는 궁노루라고도 하며 가곡 비목에 등장한다.‘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의 궁노루가 사향노루. 예전에는 우리 땅 남단인 전남 해남에도 있을 만큼 널리 서식했지만 지금은 멸종 위기 보호동물이다.1987년 강원 소금강에서 한 마리 잡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추석 전 환경부가 사향노루 한 마리를 공개했다. 인공 증식과 유전자 확보를 위해 지난해 9월 강원 양구에서 생포한 것이다. 향주머니가 달린 숫놈으로, 잡을 당시 생후 15개월쯤 된 것으로 추정된다. 곧 암놈도 생포해 번식을 꾀하는 한편 멸종에 대비해 유전자를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연구기간은 3년.
양구는 2004년에, 비록 주검 상태였지만 야생 여우가 발견돼 환경보호운동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곳이다.‘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보존돼 온 오지에서 궁노루랑 여우랑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이 반갑기만하다. 사향노루가 죽어 향료가 되어서야 기운을 돋우어 주는 게 아니라, 살아 자연의 생명력을 나누어 주는 때가 머지 않아 올 것만 같다. 사할린 근해에서는 학명에 코리아가 들어간 귀신고래 개체 수가 늘어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사향노루 번식 사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6-10-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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