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 교환’ 국회 새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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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 기자
수정 2006-10-03 00:00
입력 2006-10-03 00:00
썰렁한 복도, 서류만 가득 쌓인 책상, 누렇게 뜬 굳은 얼굴….

추석 연휴를 눈앞에 둔 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풍경이다. 예년 같으면 선물 꾸러미를 든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줄을 서서 진을 치고 있었던 때이건만 가끔 택배기사들이 드문드문 의원실을 찾을 뿐이었다.12년차의 ‘잔뼈 굵은’ 열린우리당 소속의 한 보좌관은 “‘레임덕’이 느껴지는 명절”이라고 표현했다. 여당 초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양주·굴비 등 고가 선물은 거의 없고 갓김치나 김 멸치 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신 인천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꽃게를, 같은 당 강창일 의원(제주)은 감귤을,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강화)은 고구마를 돌렸다. 지역 특산물을 교환하는 새 풍속도가 생긴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추석 민심을 실감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추석의 최대 화두는 대선”이라고 전했다.

전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올해는 귀성객들과 마셔야 할 술 종류만 20가지 정도 될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올 추석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은 보좌관들이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국정감사에 들어가야 하다 보니 대부분 고향행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경상도가 고향인 한 보좌관은 “차례도 못 지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제 용돈만 부쳐드렸다.”며 쓸쓸한 심경을 털어놨다.17대 3년차라 그런지 의원들의 요구도 까다로워져서 이래저래 녹록지 않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넘쳐났다.“정계개편 회오리까지 보태지면 아무래도 이번 추석에는 가슴에 수많은 바람만 드나들 것 같다.”는 한 보좌관의 말이 힘겹게 들려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6-10-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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