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차별의 아픔 애잔하게
표제작은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라는 기묘한 소재를 다뤘다. 열살난 소녀 후미코는 오빠에게 자신이 전생에 히코네에 살던 기요미라는 이름의 소녀였고, 어떤 남자의 칼에 찔려죽었다고 말한다. 히코네 곳곳을 돌아다니던 오누이는 전생의 아버지를 만나고, 후미코는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어린 시절 즐겨 만들었던 ‘꽃으로 만든 도시락(꽃밥)’을 전해준다.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차분하게 서술한 소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도까비의 밤’은 재일 한국인으로 차별받다가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어 도깨비가 된 정호의 이야기다. 작가의 유년 시절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나오키상 심사위원들로부터 “일본에서 일어나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을 신혼여행지로 택할 정도로 관심이 남다른 작가는 현재 재일 한국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소설을 잡지에 연재 중이다.
이밖에 외롭게 지내는 소녀에게 나타난 미지의 생물을 그린 ‘요정 생물’, 어이없게 죽은 후 이승에 대한 미련으로 화장터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영혼을 그린 ‘참 묘한 세상’, 병자를 편안한 죽음으로 인도하는 무당이 주인공인 ‘오쿠린바’등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2003년 추리소설 ‘올빼미’로 등단한 작가는 데뷔 3년 만에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