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고 비극적 최후 입양아 출신 한인 여성
생후 4개월 만에 미국 가정에 입양됐던 20대 한인 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의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자신에게로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가족 일부는 그녀가 CNN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받은 압박감 때문에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방송이 유괴나 실종사건을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선 어린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부모들이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보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종 전후 행적 명확히 못 밝혀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처의 한 소도시에 있는 빌 유뱅크의 집 벽장에서 손녀 멜린다 더켓(21·한국이름 이미경)이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7일 집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들 트렌튼의 행방이 2주째 묘연하자 이를 비관, 산탄총을 머리에 쏴 자살한 것이다.
그녀는 지난 1985년 12월 서울의 한 고아원에서 유뱅크의 아들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인 핏줄이었다. 남편과 올해 초 이혼한 뒤 잔디관리 회사에서 해고까지 당해 아들을 혼자 양육하느라 어렵게 지내 왔다.
경찰에서 그녀는 “텔레비전 영화를 남자친구들과 본 뒤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창문 스크린이 찢겨져 있고 그애는 없었다. 유괴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친척들은 전날에도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고, 이틀 전 산탄총을 구입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더욱 그녀는 궁지로 몰렸다.
남편은 거짓말 탐지기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그녀가 이를 거부하자 의심은 커져만 갔다. 경찰은 용의자 딱지를 붙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컴퓨터와 노트, 카메라 등을 압수했고 그녀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들의 실종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시청률 올리려 납치·실종 자주 다뤄
그녀는 자살 전날, 경찰 수사 과정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털어놓은 글을 블로그에 남겨 놓았다. 더욱이 그녀가 자살한 시점은 CNN ‘헤드라인 뉴스’ 진행자 낸시 그레이스와의 인터뷰가 방영되기 몇 시간 전이었다.
그레이스는 검사 출신으로 출연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으로 악명 높은데, 더켓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신, 도대체 어디 있었느냐. 왜 그날 어디 있었다고 말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할아버지 빌은 “아들의 실종으로 벼랑 끝에 몰린 더켓을 언론이 아예 아래로 밀어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방송에서 직접 “비난받을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메일 성명을 통해선 “아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되려고 이 사건을 다룬 것”이라며 계속 이 사건을 보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일간 올랜도 센티널은 전했다.
그러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이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리틀 미스 콜로라도 출신 존버넷 램지 살해 사건을 비롯,10대 소녀 실종 사건을 많이 다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