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선을 말하다/스야후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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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기자
수정 2006-09-09 00:00
입력 2006-09-09 00:00
“사람은 가을 기러기와 같아서 오면 소식이 있지만, 일은 봄날의 꿈과 같아서 흔적이 없네.” 선(禪)의 풍미가 짙게 깔린 중국의 문호 소동파 시의 한 대목이다. 이 두 마디 시구는 소동파가 이미 인생은 본래 공(空)하다는 이치를 깨우쳤음을 잘 보여준다.‘적벽부’를 지은 당송팔대가의 한 명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선과 인생을 가장 조화롭게 아우른 선인(禪人)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출간된 ‘소동파 선(禪)을 말하다’(스야후이 지음, 장연 옮김, 김영사 펴냄)는 그동안 지나쳐온 소동파의 선사상의 일단을 짚어봄으로써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의 정신과 문학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중국의 선비들이 그렇듯이 소동파 또한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이루기 위해 벼슬길로 나아간다. 하지만 강직한 성격의 그는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신당파를 비판해 미움을 사고 모함을 받아 죽음 직전까지 가는 ‘오대시안’을 겪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통감, 본격적인 선의 길로 접어든다. 그가 추구한 선은 중국 남북조시대 보리달마가 인도로부터 들여온 불교의 한 종파다. 중국 불교 전문가인 저자는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니, 도(道)는 평상에 있다.”는 소동파 선사상의 핵심을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 들려준다.

정적들의 모함으로 평생을 좌천과 유배로 보낸 천재시인 소동파. 하지만 그는 끝내 쓰러지거나 꺾이지 않았으며 남을 원망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를 즐겁게 하는 유유자적한 낙천가의 삶을 살았다.

그 원동력은 물론 선이다. 소동파가 만들어낸 갖가지 에피소드와 그가 지은 뛰어난 작품들은 선이 평범한 삶에 얼마나 큰 위안과 힘이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소동파는 자신의 선을 이렇게 요약한다.“하늘에 있는 용의 고기가 좋긴 하지만 범부는 먹을 수 없다. 땅 위의 돼지고기는 용의 고기처럼 고귀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먹을 수 있다. 내가 말한 선의 이치는 돼지고기처럼 소박하고 이해하기가 쉬워 생활 속에 실현되는 것이다.” 1만 2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09-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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