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 게이트는 미국판 ‘옷로비사건’
지난 2003년 여름에 조지프 윌슨 이라크 주재 대사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 CIA 요원임을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에게 처음 발설한 사람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가 그의 옛 국무부 동료의 말을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도 주초 같은 맥락의 보도를 내보냈다.
토머스 제퍼슨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던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힛첸스는 이날 인터넷 매체 ‘슬레이트 닷컴’에 기고한 글에서 “워싱턴을 뒤흔든 스캔들이 우스꽝스러운 결론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판 ‘옷로비 사건’이라 할 만하다.
신문에 따르면 아미티지 전 부장관으로부터 처음 얘기를 들은 노박은 그해 7월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에게 이를 확인한 뒤, 윌슨 대사의 자격문제를 따지는 칼럼을 쓰면서 플레임이 CIA에 고용된 신분임을 밝혔다.3개월 뒤 아미티지는 콜린 파월 장관과 국무부 법률고문인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4세에게 자신이 직접 읽은 비밀보고서를 토대로 노박에게 그같은 언급을 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했다고 옛 동료는 전했다.
그러나 노박도, 아미티지도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있어 아직 확증된 사실은 아니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윌슨 대사는 2002년 CIA로부터 서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우라늄 수입 기도 증거를 찾아내라는 지시를 받자 반발, 백악관이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짜맞추기 위해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성토한 바 있다.
이에 화가 난 백악관이 플레임의 신원을 언론에 흘려 윌슨 대사를 면직시키려 했다는 것이 음모론의 골간이었다.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가 임명됐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수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올해 초 딕 체니 부통령의 ‘오른팔’인 루이스 스쿠터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위증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 동료는 아미티지가 당시 플레임의 신원이 국가기밀인지 몰랐으며, 몇개월 뒤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파월 전 장관도 그가 잘못한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피츠제럴드 특검 역시 아미티지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이 동료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아미티지는 노박에게 발설하기 3주 전에도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주필에게 비슷한 언급을 했고, 우드워드가 지난해 10월 아미티지에게 이같은 사실을 상기시켜주자 아미티지가 이를 피츠제럴드 특검에게 털어놨다고 이 동료는 말했다.
그런데 2001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국무부 2인자로 버텨온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이라크 전쟁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온 인물이어서 백악관 음모론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