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 라회장 웃었다
이창구 기자
수정 2006-08-17 00:00
입력 2006-08-17 00:00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인(CEO)이지만 10여년 동안 재벌 오너와 맞먹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여전히 두 사람의 권위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이런 두 사람이 LG카드 인수를 놓고 처음이자 마지막 승부를 벌였다.LG카드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금융권 인수·합병(M&A)의 사실상 마지막 매물이었다. 입찰 제안서 마감일이었던 지난 10일. 두 회장은 실무진으로부터 여러 경우의 수를 감안한 입찰가가 제시된 보고서를 받았다. 최종 가격 결정은 오로지 두 사람의 몫. 라 회장과 김 회장은 가격 적정성보다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기 위해 장고(長考)를 거듭했으리라.
승자는 라 회장이었다. 그는 김 회장보다 주당 500원 정도 더 썼고, 결국 LG카드를 손에 넣게 됐다.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머로 합류한 라 회장은 91∼99년 은행장으로 재직,‘첫 3연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킨 데 이어 굿모닝증권과 조흥은행 인수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지난해 12월 LG카드 인수전이 시작될 때 금융권에서는 “라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결국 신한이 LG카드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그만큼 전략에 밝고, 대(對)정부 협상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라 회장은 LG카드 인수 성공으로 녹슬지 않은 리더십을 뽐냈고,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반면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간발의 차로 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때부터 초석을 다지고,97년부터 8년간 은행장을 지내다 지난해 12월 지주회사를 출범시킨 김 회장은 충청, 보람, 서울은행을 인수하며 M&A의 귀재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의 잇따른 실패는 그에게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둘의 승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LG카드를 너무 비싸게 산 신한이 ‘승자의 재앙’에 빠져들기라도 하면 라 회장의 베팅이 실수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한편 김 회장은 자체 성장과 해외 진출 전략으로 위기에 빠진 하나금융을 일으켜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8-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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