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우산/이호준 뉴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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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8-05 00:00
입력 2006-08-05 00:00
친구 집에 들렀다가 우산을 하나 얻었다. 살들의 배열이 유난히 촘촘하고 짱짱하게 만든 것이었다. 요즘이야 흔한 게 우산이니, 아무리 좋아 보여도 욕심을 낼 일이 아니건만 그 우산은 이상하게도 시선을 잡았다.

왜 그리 마음을 끌었을까 궁금해 집에 가는 길에 꼼꼼히 살펴봤다. 그러다 ‘아하!’하며 무릎을 치고 말았다.‘아버지의 우산’과 흡사하게 생긴 게 원인이었다. 좌절의 세월을 보내던 아버지는, 어느 날 훌훌 털고 일어나 우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솜씨 좋기로 소문난 당신이었다. 대를 꼼꼼히 깎아 살을 만들고 그걸 엮은 뒤, 기름 먹인 한지를 씌우니 훌륭한 우산이 되었다.



어린 내 눈에도 감탄할 만큼 예뻤다. 그 뒤로는 그만 한 우산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비슷한 걸 발견했으니 마음이 끌릴 수밖에. 그땐 몰랐다. 아버지가 우산을 만드는 데 왜 그리 열중했는지. 그때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지금에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좌절했을 때 누워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2006-08-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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