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질은 뒷전… 재탕 비일비재
김재천 기자
수정 2006-07-29 00:00
입력 2006-07-29 00:00
1단계 BK21 사업에 팀장으로 참여했던 A대학 B교수는 “중복게재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고 털어놨다.BK21 사업을 비롯, 외부 프로젝트는 계량화하기 쉬운 부분에 평가 초점이 맞춰져 논문의 질보다는 수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BK21 사업의 경우 논문 실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게재된 학술지가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된 등재 학술지와 등재 후보지 수준은 되어야 한다. 교내 논문집은 거의 실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B교수는 “교내 학술지에 내 보고 이를 일부 수정해 다시 외부 학술지에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솔직히 나도 이런 중복 발표를 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1단계 BK21사업에 참여한 C대학의 D교수도 이런 관행에 대해 “(우리 학계가)느슨한 관례에 젖어 있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그는 “(최고 수준의)A급 학회지가 아닌 경우 학회지 담당자가 아는 교수에게 ‘옛날에 쓴 논문 한 편 달라.’고 부탁하면 ‘알아서 찾아 가져다 써라.’면서 논문 중복 게재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실수 이해, 고의 가능성도
그렇다면 당시 사업팀장을 맡았던 김 부총리가 중복 게재 여부를 모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BK21 사업에 참여했던 교수들은 “팀장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BK21 사업처럼 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경우, 교수 3∼4명과 박사후 과정, 대학원생 등을 합쳐 적지 않은 연구자가 역할 분담을 하면 연구 책임자가 실적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D교수는 “BK21과 같은 프로젝트에는 연구팀 안에 연구성과 취합팀이 따로 있어 논문 리스트를 보고 실적을 분석하지만 일일이 논문을 찾아서 읽지 않아 논문제목이 다르면 그냥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E대학의 한 연구원은 “인센티브가 많은 큰 프로젝트의 경우 담당 교수나 연구원이 논문 제목을 일부러 바꿔 내고 쉬쉬 하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1단계 BK21 사업에서는 일일이 논문을 확인하기 어려워 2단계 사업부터는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모두 공개, 대학끼리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결과 올해 대학 서너 곳을 2단계 사업에서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2006-07-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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