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처벌 ‘도박 강국’ 키운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윤설영 기자
수정 2006-07-24 00:00
입력 2006-07-24 00:00
성인PC방에 대규모로 확산됐던 인터넷 현금도박 사이트가 경찰 적발로 폐쇄된 지 한 달여 만에 같은 이름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경찰은 이 사이버 도박장이 성인PC방으로 다시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허술한 단속법규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미지 확대
경찰은 지난달 초 전국 230여개 PC방에서 고스톱·포커 등 도박게임을 제공해온 ‘룰루랄라’ 성인PC방 조직을 적발,2명을 구속하고 9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이 사용한 PC와 서버를 압수하고 홈페이지 폐쇄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석달 동안 판돈 1600억원 규모의 도박판을 벌여온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최근 ‘룰루랄라’ 사이트가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사업자명만 바꾼 채 네티즌들에게 스팸메일을 보내 회원 모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적발됐던 PC방 업주들이 도박게임 서버 개설자들에게 영업을 다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전국 PC방으로 룰루랄라의 고스톱·포커 등이 다시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사이트가 쉽게 되살아나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꼽는다. 형법 제247조는 도박장소 제공, 도박장 개설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도박 및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을 이용한 사행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업자들이 버는 돈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액수다. 룰루랄라를 통해 관련업자들이 벌어들인 액수는 석달 동안 총 520억여원으로 하루 6억원에 가까웠다.PC방 업계 관계자는 “도박영업 이익에 비해 벌금액은 새발의 피”라면서 당국의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PC방이 신고나 허가 없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이라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열번, 스무번 단속돼도 PC방에 대해 영업정지나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없어 처벌받은 업자가 같은 자리에서 다시 영업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업자들은 압수당한 PC만 다시 사면 그만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물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PC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조광혁 사무국장은 “사행성 PC방에서 이용된 게임물에 대해서는 심의를 취소해 재유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룰루랄라 도박사이트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 처벌받고 나오면 사업자 명의를 바꾸거나 해외로 서버를 옮겨 영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면서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어떻게 이런 것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달 초부터 성인PC방과 오락실 등 불법 사행성 게임장에 대해 벌이고 있는 경찰 집중단속이 무색하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06-07-24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