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름을 아예 ‘무주도’ 로 할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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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열 기자
수정 2006-07-15 00:00
입력 2006-07-15 00:00
“술집이 없으니까 마을이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어유.”

충남 보령시 오천면의 외딴섬 녹도. 이 섬에는 술집이 한군데도 없고 그나마 가게에서는 소주와 맥주 등 술병을 구경할 수조차 없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술 판매를 금지한 지 16년째가 되는 ‘무주도’(無酒島)이다. 대천항에서 24㎞ 떨어져 배로 1시간쯤 걸리는 녹도에는 요즘 하루 30∼40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주민들은 꽃게, 새우, 멸치, 오징어 등을 주로 잡아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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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성처옥(67)씨는 “바깥양반이 술고래였는데 요즘은 대천에 나가거나 남의 집에서 한 달에 한두번만 얻어 마신다.”면서 “술을 안 파니까 동네가 다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닷일을 하려면 술을 안 마시고는 안 되니까 마시기는 해도, 옛날처럼 싸우는 일은 없다.”고 좋아했다.

이 섬에서 술을 팔지 않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 1991년쯤 이곳에는 술집이 7∼8곳이나 됐다.60가구에 주민이 200여명에 지나지 않는 섬치고는 엄청나게 술집이 많았다고.

그러다 보니 남자들이 매일 술을 마시고 싸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술집이 ‘작부집’이다 보니 집집마다 부부싸움도 그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가장이 술에 취해 유일한 생계수단인 어로작업을 못하는 일이 잦다 보니 살림이 말이 아니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은 마을회의를 연 뒤 ‘술 판매 금지조치’를 전격 결의했다. 물론 부녀자들이 앞장섰다.

처음엔 술집들이 적잖이 반발했다. 그러나 점차 주민의 발길이 끊기자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5곳이던 구멍가게도 매상의 절반을 차지하던 술을 팔지 못하자 점차 줄었다. 한 가게 주인이 “진열돼 있는 술은 팔아야겠다.”고 버티자, 주민들은 돈을 걷어 술을 모두 사들인 뒤 폐기했다.

현재 이곳에는 가게만 하나 있다. 주인 복남점(66)씨는 “그때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7년 전 우리가 문을 열었다.”면서 “처음 오는 외지인이 술을 찾기도 하지만 단골 관광객들은 사정을 알고 들어올 때 아예 뭍에서 술을 사온다.”고 말했다.

금주를 하면서 ‘금연바람’도 불고 있다. 김한규(70)씨는 “한달에 한두 번 대천에 갈 때만 술을 마시다 보니 한두 잔에도 쉬이 취한다.”면서 “술을 덜 먹으니 담배 맛도 잃어 5년 전 끊었다.”고 자랑했다.

이장 김성용(68)씨는 “주민의 절반이 아예 술을 끊었고 담배도 젊은이들만 일부 피우고 있다.”면서 “술판매를 금지하면서 마을에 질서가 잡히고 낭비벽이 없어졌다.”고 웃었다.

보령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2006-07-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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