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그들이 꿈꾸는 세상/ 임병선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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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7-07 00:00
입력 2006-07-07 00:00
월드컵 준결승에 몰입해 있는데,‘북 미사일 발사’ 자막이 떴다. 인터넷으로 축구를 보던 중이라 중계를 띄워놓고 기사를 검색했더니 ‘일본 내각 긴급회의’ 등이 들어왔다.

‘우리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신나게 두들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또 ‘NHK 첫 보도’를 확인하면서 떠오른 것은 ‘곧 중계 끊기고 속보 나오겠구나.’였다. 그대로였다.

연장 전반 끝나고 중계를 끊었으면 하는 기대는 빗나갔다. 경기에 몰입할 수도 없고, 북한의 동태와 발사 배경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출근 길에 만난 지인도 그랬던 모양이다. 뭘 자꾸 물어보는데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그는 6시뉴스부터 죽 지켜봤는데 궁금증이 풀리지 않더라고 푸념했다.

기자 역시 9시쯤부터 뉴스속보를 보았지만 별 도움은 얻지 못했다. 월드컵에 빠져있던 이들도 나중에 이런저런 방법으로 알아보다가 제풀에 지쳤을 것이다. 뉴스속보도 그 분량에 비해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게 없었다.

보수 신문이 느끼는 울렁증은 우리 같은 이의 답답증을 훨씬 뛰어넘은 모양이다. 머릿속에 그렸던 지면의 흐름은 6일 아침 신문에 그대로 나타났다. 한 신문은 1면에 ‘한국 정부 대응은 낙제점’이란 제목을 뽑았고 3면에는 ‘TV는 월드컵 중계 중’‘한국은 안보불감증’ 제목이 뽑혀 있었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잠에서 깨어나 정보도 없는 각료들이 일본보다 1분이라도 먼저 회의를 열기 위해 부산을 떨고, 구경꾼보다 당사자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싸움의 법칙’을 무시한 채 정부 관리들이 무기 장사꾼이나 부시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월드컵 중계나 보는 이들은 국민도 아니라고 손가락질받고, 뉴스속보를 몇시간이고 계속하고, 사람들이 누렇게 뜬 얼굴로 나라 걱정하는 세상인 듯하다.



미국과 일본의 정보 독점으로 한국 정부가 그 궁금증에 답할 게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 신문들이 그 구조를 깨뜨리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안보 상업주의보다 그게 정말 필요한 일이다.

임병선 국제부 차장 bsnim@seoul.co.kr
2006-07-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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