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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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기자
수정 2006-07-07 00:00
입력 2006-07-07 00:00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하나은행은 지난 4월 뒤늦게 ‘자체 성장’을 선언했다. 당시는 이미 우리은행이 파죽지세로 자산을 늘리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은행의 전략 선회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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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둔 요즘, 은행권은 하나은행의 자산 증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경쟁자들을 긴장시키며 요란하게 자산을 늘렸다면, 하나은행은 소리없이 시장을 잠식해 왔다. 더욱이 우리은행이 6개월에 걸쳐 늘린 자산을 하나은행은 3개월 만에 따라잡았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동안 핵심자산인 원화대출금을 11조 2690억원이나 늘렸다.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석권한 우리은행의 증가액 14조 6781억원에 크게 뒤지지 않고,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3조 9212억원)이나 자산규모 2위 신한은행(1조 9864억원)의 증가액보다는 훨씬 많다.

자산증가의 수훈감은 소호(개인사업자)대출이다. 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5조원 가까이 늘린 데 비해 하나은행은 소호대출을 2조 7298억원 늘려 대조를 이뤘다.6월말 현재 중소기업대출에서 소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2.6%에 이른다.

하나은행은 전국 상권별 소호지도 제작, 소호 업황지수 및 폐업예측지수 개발, 지역·업종에 따라 차별화되는 대출 상품 개발 등으로 소호대출에 전력을 기울였다. 소호대출 전담조직을 ‘별동대’ 형식으로 운용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총수신 증가액은 9조 9761억원으로, 증가액 2위인 우리은행(9조 7688억원)을 앞질렀다. 수신 증가는 특판예금이 주도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이후 3차례나 특판을 팔아 5조 9000억원을 끌어 들였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몸집 불리기는 다소 불안하다. 특판예금은 연 5% 이상의 금리를 고객에게 지급하는 ‘고비용’ 상품이어서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오는 9월에는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특판예금의 만기가 대거 도래한다. 상반기 특판으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이 위축된 하나은행으로서는 추가 판매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신용대출인 소호대출도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위험성이 크다. 특히 개인사업자들의 매출은 경기에 가장 민감한데, 하반기 경기전망이 좋지 않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힌 다른 은행들도 소호대출을 확대하고 있어 출혈경쟁 위험도 있다.



하나은행 가계영업부 구자훈 차장은 “최근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 특판예금 이자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소호비즈니스센터 윤승병 차장 역시 “경쟁 은행이 따라올 수 없는 소호대출 시스템을 갖췄고, 우량 소호를 대거 유치했기 때문에 경기 하강으로 인한 리스크 부담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7-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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