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도 ‘불법 입국’ 몸살
이세영 기자
수정 2006-06-19 00:00
입력 2006-06-19 00:00
지난해 멕시코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된 밀입국자는 약 24만명으로 4년전보다 74%가 늘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멕시코 남부의 ‘북행 러시’는 저개발국에서 부국으로 향하는 ‘이민 도미노’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개발국→부국 ‘이민 도미노’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망고 농장을 경영하는 유제비오 오르테가 콘트레라스는 과테말라에서 온 10대들을 고용해 근근이 농장일을 꾸려간다. 하루 6달러를 받고 망고를 따는 일은 원래 치아파스의 원주민들이 도맡아 했지만 이들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중미 출신 불법이민자들 차지가 된 것이다.
2년전 남쪽 국경을 넘어온 요아킨 바스케즈(22)는 멕시코에 머물면서 미국행을 노리는 ‘징검다리 이민자’다. 북부 국경도시 티주아나의 전자제품 공장에서 하루 12달러를 받고 일하며 고향에 집까지 마련했지만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을 포기하지 못한다. 요즘 그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밀입국 브로커를 찾고 있다.
남쪽 국경이 밀입국의 핵심루트로 활용되는 것은 지역이 광범위한 데다 밀림이 우거져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관리들은 국경을 넘는 것이 “낮은 울타리를 뛰어넘는 것만큼 쉽다.”고 말한다.
●이민자 노린 범죄 기승도
멕시코가 미국행 밀입국자의 중간경유지가 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불만이 가중되면서 멕시코 정부도 미-멕시코 국경지대로 향하는 주요도로에 검문소를 늘리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국경과 인접한 남부 5개 주에 순찰요원이 450명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남쪽 국경지대를 둘러본 멕시코 전문가 조지 그레이슨 교수는 “여전히 이곳은 불법 이민자와 마약 밀수꾼에게 ‘열려라 참깨’ 같은 곳”이라고 꼬집었다.
당국의 단속은 허술한 반면, 이민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단속권한이 없는 일반 공무원들이 돈을 노리고 ‘이민자 사냥’에 나서는가 하면, 현지 농민들은 이민자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 성폭행도 다반사다. 이민자들이 북쪽 국경지대로 가는 화물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배회하는 기차역 주변은 이들의 현금을 노린 강도들의 활동무대가 된지 오래다.
이민자 보호단체 ‘그루포 베타’의 루시아 베르뮤데즈는 “미국에 있는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에 대해서는 합법적 권리를 요구하면서 정작 멕시코에 들어온 다른 나라 이민자들은 범죄시하고 학대한다.”며 이민문제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6-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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