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책] 문명들의 대화/두웨이밍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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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기자
수정 2006-05-27 00:00
입력 2006-05-27 00:00
“유교의 서도(恕道,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와 인도(仁道, 자신이 세상에 도를 세우고 싶으면 먼저 남으로 하여금 세상에 도를 세우게 하고, 자신의 도가 세상에 행해지게 하고자 하면 먼저 남의 도가 세상에 행해지게 하라)는 세계윤리의 기본원칙이 될 수 있다.” 하버드대 중국학 종신교수이자 옌칭연구소장인 두웨이밍(杜維明·67)은 오늘날 유교는 결코 가치를 상실한 것이 아니며 생명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1966년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장을 맡으면서부터 ‘문명의 대화’‘계몽의 반성’‘유학의 창신’‘문화중국’ 등 네 가지 연구주제에 매달려온 그는 유학의 인문정신을 서구 근대문명과 융합, 미래문명의 청사진으로 제시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벌여 왔다.

최근 출간된 ‘문명들의 대화’(두웨이밍 지음, 김태성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는 바로 그런 문제의식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공존을 넘어서 좀더 안정적인 지구촌공동체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서는 유교를 바탕으로 한 문명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는 단순한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현대 신(新)유학을 기초로 한 저자의 오랜 사유의 결과다.

스스로 현대 신유가 제3세대임을 자임하는 저자는 유가 이데올로기에 대해 줄곧 옹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 관점에서 유가의 전통사상인 삼강 오륜의 윤리관과 서구문명을 관통하는 기독교정신을 비교하며 유교의 가치를 새롭게 밝힌다. 나아가 중국문화와 서구문화의 관계를 재조명,‘모더니티 속의 전통’을 모색하는 한편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를 드러내는 헌팅턴·하버마스·데리다 같은 서구 학자들의 이론에 비판을 가한다. 예컨대 문명충돌론을 주창하는 헌팅턴이 근거로 삼고 있는 ‘서양과 나머지’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반박한다.“‘서양과 나머지’가 아니라 ‘나머지 속의 서양’이며, 서양은 초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의 주도권은 이제 유교 문화권의 동아시아에 있다. 그런 만큼 21세기 새로운 삶의 방식과 비전으로서의 유교를 재구성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유교는 바로 그런 ‘무한 가능성의 신유학’이다. 고대의 지혜와 21세기의 새로운 사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동아시아 문명, 특히 유교 문명이야말로 서구 계몽주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사유의 출발점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05-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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