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도 저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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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수정 2006-05-19 00:00
입력 2006-05-19 00:00
비행기를 타는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창고같은 ‘저가 공항’ 시대가 도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보도했다.

부도 위기를 맞은 전통적인 항공사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저가 항공사들간의 경쟁 속에 공항도 변화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이용료가 비싸다는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 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새 터미널에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피어슨 공항의 새 터미널은 높은 천장과 대리석 바닥에다 수백만 달러짜리 현대 미술품으로 채워졌다.

반면 스키폴 공항 새 터미널 ‘피어 H’에는 화장실도, 카페도, 상점도, 승객과 비행기를 바로 연결시켜 주는 다리도 없다. 출국 게이트당 대기 좌석은 단 8개에 불과하다.3900만달러(약 390억원)를 들여 9개월만에 유럽에서 4번째로 큰 공항에 완공된 이 터미널에 게이트는 7개지만 화장실은 오직 한 곳이다.

역시 9개월만에 3000만달러(약 300억원)를 들여 완공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새 저가 터미널에는 무빙 워크, 승강기가 없다.

상점을 입점시키기 위해 승객을 위한 좌석 숫자는 줄였다. 수하물 시스템도 없어 체크인을 하면 짐은 바로 카트로 간다. 마닐라, 싱가포르, 자카르타에도 곧 새로운 저가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오반니 비시나니 회장은 “많은 공항이 중세 암흑 시대처럼 경영된다. 우리 인내심은 바닥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IATA는 유럽, 아시아, 미국 공항에 이용료를 내리라는 압력을 넣고있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곳도 있다. 도쿄 나리타 공항은 지난해 항공사당 이용료를 10% 깎아주는데 합의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2001년 10억달러(약 1조원)를 들여 새 터미널을 완공했다. 승객당 10달러의 공항시설 이용료를 20달러로 올렸지만 파산 신고를 한 항공사 유나이티드의 압력에 15달러로 내렸다.

호주 정부는 3월 이익을 올리는 사유 공항에 가격 조사를 요구했다. 한국의 아시아나가 속한 항공 동맹 스타 얼라이언스는 12월 이용료가 높은 공항 이용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채권 발행으로 도로를 닦고, 다리를 세워 공항을 만든 뒤 승객과 항공사로부터 이익을 거뒀던 기존 공항의 경영법도 바뀌고 있다. 정부 재정 지원이 줄어들자 채권 발행 비용과 새 터미널 및 활주로 건설비를 공항이 직접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저가 항공사를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쾰른 본 공항의 마이클 가번스 회장은 “이제 새로운 터미널을 만들 때 더이상 성(城)을 지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6-05-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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