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오면 포털로 가면 도박판 변신
이재훈 기자
수정 2006-05-18 00:00
입력 2006-05-18 00:00
경찰청 제공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박차고 들어갔지만 경찰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현장은 이미 창문 유리파편과 테이블들이 널브러져 있을 뿐이다. 이미 한탕을 한 카지노PC방은 업주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속반이 출동하면 화면이 자동으로 일반 인터넷포털 사이트로 변하는데 당황하지 마세요. 그냥 인터넷 검색하시는 것처럼 하면 됩니다.” 같은 시간 경기도 안산시 B 카지노PC방. 손님이 입장하자 20대 종업원이 다가가 조언을 해준다. 이어 친절하게 “가게 앞에 애들이 무전기 가지고 지키고 있어서 단속반 뜨면 다 체크가 된다.”며 안심시킨다. 이 업소에는 환전소가 없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직원이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현금을 사이버머니로 바꿔준다. 돈을 바꿔준 20대는 전표를 문서세단기에 넣어 갈아버린 뒤 사라진다.
카지노PC방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고 규제 근거조차 모호해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카지노PC방이란 PC방 컴퓨터에 도박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는 수법으로 운영되는 불법 도박장이다.
카지노PC방은 3개월이면 투자금액은 물론 억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경찰은 서울에만 200개가 넘고 전국적으로는 1500개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초경찰서 조 계장은 “속칭 ‘떴다방’처럼 2∼3일만 영업하고 순식간에 도망치는 영업장이 허다해 단속이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미리 눈치채고 손님들을 빼돌린다거나 환전 증거를 없애기 위해 환전요원을 숨기는 등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속에 걸려도 계속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현행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상 3차례 이상 단속으로 형이 확정될 때에만 업소를 폐쇄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때문에 단속 이후에도 해볼테면 해보란 식으로 영업을 계속하는 업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게임부터 환전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을 잡아야 처벌을 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 과정 전체를 파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업소들이 보통 오전 8∼10시에는 문을 닫는데 이때 인터넷 접속과 영업기록들을 모두 지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카지노PC방 프랜차이즈 경쟁 속에 자금력을 동원한 ‘적발 애프터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안산경찰서는 관내 선부동의 한 카지노PC방을 급습했다. 도박의 증거로 PC 40여대를 모두 압수했다. 하지만 단속 3∼4시간 뒤 현장을 다시 찾은 경찰은 어안이 벙벙했다. 프랜차이즈 공급업체에서 새 PC 40대를 다시 설치했다. 단속을 했던 김종문 경사는 “카지노PC방의 무서운 자금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하루 1000만원 매출은 기본이라는 게 실감났다.”고 말했다.
유영규 이재훈기자 whoami@seoul.co.kr
2006-05-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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