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이은영 싱가포르 미래에셋 애널리스트
류재림 기자
수정 2006-05-13 00:00
입력 2006-05-13 00:00
●서울 2주 출장길 기업탐방 14곳·설명회 20회
그런데 한창 유학준비를 하고 있을 때 미래에셋증권에서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왔다. 고민 끝에 공부는 잠시 접고 일을 택했다.“같은 일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또 공부가 얼마나 능력 제고에 도움이 될지 자신할 수 없었고, 미래에셋이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종전과 같은 기업들을 분석하고 있지만 지금은 기업들 실적을 분석할 때 국제적 시각에서 접근한다. 국제시장 동향과 국제 경쟁업체들의 전략을 모두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 철강업체들도 직접 다녀올 기회가 많아 시야도 넓어진다.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아시아지역 철강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영어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처음에는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에 차 있다.
‘여성이 하필 철강산업을 분석할까.’이씨는 기업·업종을 분석하는데 남녀 차이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녀가 철강업종을 맡은 배경에는 포스코와의 인연 때문이다. 대학 졸업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하다 1994년 포스코경영연구소로 옮겨 99년까지 일했다. 포스코라는 기업뿐 아니라 철강산업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런 경력이 바탕이 돼 애널리스트 특수가 일던 99년 LG증권으로 옮겼다.
●“하루만 게으름 피우면 구멍 나는 고된 직업”
포스코 때문에 가슴 졸인 날도 많지만 동국제강, 현대제철(현재 인천제철)과 함께 이씨가 애널리스트로 성장하는데 동력이 됐다. 이씨는 2002년 여름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보고서로 꼽는 ‘미국의 세이프가드조치와 중국의 철강수요 성장’을 작성한 것이 그때쯤이었다. 미국이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포스코 등 철강업계에는 악재지만 중국의 철강 수요 증가는 이를 만회할 수 있는 호재라며 매수 추천을 냈다. 속으로는 틀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그런데 걱정했던 대로 7월쯤 13만원까지 올라갔던 포스코 주가가 9만원까지 떨어지고 외국인들이 계속 팔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자 입이 바짝바짝 탔다. 다행히 2002년 미국과 중국의 철강 수입량이 역전됐고 이씨의 분석이 맞아떨어졌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애널리스트는 하루만 놀면 구멍이 나는 굉장히 고된 직업”이라고 했다. 서울에서는 1주일내내 아들의 깨어있는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단다. 하지만 상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조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지만 대신 조직관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세상살이는 제로섬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런 관점에서 “슈퍼우먼도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애널리스트로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려면 고정 관점을 버리라.”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글 김균미 사진 류재림기자 kmkim@seoul.co.kr
■ 이은영 애널리스트는 ▲1967년생 ▲90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92년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93∼94년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원 ▲94∼99년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99∼2004년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2005년∼미래에셋증권 〃
2006-05-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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