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열기 ‘급랭’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창구 기자
수정 2006-05-12 00:00
입력 2006-05-12 00:00
LG카드 인수를 위한 입찰이 다음달 초로 다가온 가운데 뜨겁기만 하던 인수전이 갑자기 냉각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그룹이 정부의 반대로 인수제안서를 내지 못한 데 이어 강력한 인수후보였던 농협이 정대근 회장의 검찰 체포로 곤혹스러워졌다. 농협의 최대 라이벌인 신한지주도 “인수를 고집하지 않는다.”며 한 발 빼는 양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포기설까지 나돈다.

이밖에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SCB(스탠다드차타드은행)가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외국자본이 우리나라 최대 카드사를 가져가는 데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인수전에 참가했지만 자격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농협은 정 회장이 만약 구속되면 1988년 정부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뒤 선출된 3명의 중앙회장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농협은 정 회장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토종자본’이란 명분이 비리 혐의로 힘을 잃었다.

농협에 악재가 발생하자 신한금융지주는 ‘표정관리’에 나섰다. 이인호 사장은 지난 10일 기업설명회에서 “LG카드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데다 조흥은행과의 통합으로 카드부문의 자체성장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가격 깎기 측면의 전술적인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전술적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입찰제안서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LG카드 인수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많다.”면서 “일단 예비실사에 참여한 것일 뿐 외환은행 인수전처럼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력 후보들이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가격이 유일한 잣대”라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인수합병에서 외국계 자본을 배제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누구를 막론하고 가격을 높게 써내는 측이 LG카드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5-12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