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업체가 개인정보유출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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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규 기자
수정 2006-05-05 00:00
입력 2006-05-05 00:00

시장포화에 가입자 쟁탈전 “돈 된다” 은밀한 불법거래

“통신시장이 곪을 대로 곪았어요. 돈이 되니까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계속 터지는 것 아니겠습니까.”(수사 경찰관).

“(우리가) 살기 위해 타사 고객을 뺏어올 수밖에 없어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고객 개인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업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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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업계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의 주요 창구가 되면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달이 멀다하고 대형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져나오고 있다. 올해 경찰에 적발된 것만 5건이다. 한건당 수십만∼수백만명의 신상정보가 담겨 있었다.

지난 2일에는 837만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업체에 판 전·현직 통신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됐다. 앞서 지난달 3일에도 KT,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온세통신 등 4개 초고속인터넷업체 고객 771만명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담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장 포화 ‘가입자 뺏기에 돈 쏟아부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은 업체간 고객쟁탈전이 격화된 올해들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무엇보다 ‘돈이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타사 고객정보를 손에 넣으면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거래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타깃 마케팅이란 AS(애프터서비스) 신청 등 불평불만을 가진 타사 고객과 약정 기간이 거의 만료된 가입자를 대상으로 펼치는 영업활동이다. 한 수사 경찰관은 “한명을 가입시키면 해당 회사측은 1만∼2만원을 지급했으나 현재는 23만원까지 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법유출과 거래가 활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배경에는 시장포화에 따른 과열경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200만명이 넘는다. 시장이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들어서 시장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상대방 고객을 뺐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최근엔 파워콤 등 후발 주자들이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상대 회사 고객의 개인정보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사생활 침해로 직결돼



경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근본 취지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있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사생활 보장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전화번호를 알고 “가입회사를 바꾸라.”는 텔레마케터들의 전화가 귀찮을 정도로 걸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신용카드나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데 악용되는 등 재산상의 큰 손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2006-05-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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