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버전 미국국가’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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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기자
수정 2006-04-29 00:00
입력 2006-04-29 00:00
미국내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스페인어로 된 미국 국가가 유행되고 있어 정체성 논란이 뜨겁다.

28일 CNN 등에 따르면 영국의 음악 제작자 애덤 키드런이 만든 스페인어로 된 미국 국가가 마이애미 등 히스패닉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날 아침 일제히 출시됐다.

이미 미국내 ‘히스패닉 지역’에선 스페인어로 된 이 미국 국가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어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이민자의 권리를 위한 국가’로도 불리는 이 스페인어 버전의 곡 제목은 ‘우리의 국가(Nuestro Himno)’.

2절은 원래 오리지널 영어판 가사에 있는 “두려워 침묵하는 오만한 적의 무리들이 쉬고 있는 곳”을 “우리는 평등하다. 우리는 형제들이다. 이것이 우리의 국가”란 표현으로 완전히 개사했다.

영국과 미국간 독립전쟁 때의 가사와는 달리 이민자의 꿈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스페인어 버전의 국가는 ‘라티노’로 불리는 중남미에 뿌리를 둔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동화하길 거부하는 느낌을 주고 있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셸 몰킨 등 보수 논객들은 스페인어 버전의 곡제목을 ‘불법 이민자들의 국가’로 바꿔 부르면서,“‘우리는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미국이 영어와 프랑스어를 혼용하는 캐나다처럼 분열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인 페드로 비아기도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부르며 돌아다니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며 비판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스페인어 버전은 영어를 아직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방편”이라면서 “이는 영어를 배우는 과정의 한 부분이지 영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이같은 논쟁은 히스패닉 인구가 2020년까지 흑인인구를 넘어서면서 백인에 이어 미국의 한 축을 이룰 것이란 전망 속에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국 국가 ‘성조기는 영원하라.’는 1780년대경 영국에서 유행했던 권주가에, 독립전쟁 때인 1814년 포트 매켄리에서의 폭격전을 본 프랜시스 스콧 키가 시를 만든 것이 가사가 됐으며 1931년 정식 국가로 인정받았다.

이 노래를 만든 키드런은 이 스페인어 버전을 MP3로 만들어 이메일로 유포할 준비까지 마쳤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최근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61%가 국가 가사 전부를 알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2006-04-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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