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딛고 희망을 쏜다”…20일 ‘장애인의 날’ 명암] “영화선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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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 기자
수정 2006-04-19 00:00
입력 2006-04-19 00:00
송선희(34·뇌병변 2급 장애인)씨가 쇼핑을 한다. 컬러풀하고 튀는 옷을 좋아하는 선희씨. 한참동안 여러 벌의 옷을 거울 속에 대 보곤 “내 맘에 드는 옷이 없다.”며 가게를 그냥 나선다. 여간해선 그녀의 패션감각을 만족시킬 수 없다. 화장대 앞에 앉은 선희씨는 스킨, 에센스를 꼼꼼하게 바른 뒤 정성스럽게 화장을 한다. 떨리는 손으로 눈썹을 그리는 게 하루이틀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오늘이 특별한 날이냐고?그저 평범한 선희씨의 일상이다. 선희씨는 “장애인이라고 예쁘게 하고 다니지 말란 법 없잖아요. 남들이 나를 예쁘게 봐주면 나도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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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만든 장애인 영화 ‘어쩜 저렇게 예쁘게 하고 다닐까’의 주인공 송선희(오른쪽)씨와 감독 한명희(가운데)씨, 내레이터 이수정(왼쪽)씨. CGV 제공
장애인들이 만든 장애인 영화 ‘어쩜 저렇게 예쁘게 하고 다닐까’의 주인공 송선희(오른쪽)씨와 감독 한명희(가운데)씨, 내레이터 이수정(왼쪽)씨.
CGV 제공
영화 ‘어쩜 저렇게 예쁘게 하고 다닐까’의 한 장면이다. 감독을 맡은 한명희(41·왜소증)씨는 “영화 속 장애인은 늘 어둡고 우울한 모습이었다.”면서 “장애인들의 밝고 활기차게 사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앞두고 18일 서울 CGV상암과 부산 CGV서면에서 장애인들이 만든 장애인에 관한 영화 3편이 무료상영에 들어갔다.‘어쩜’을 비롯해 ‘장애인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짧은 기록’‘장애인 스팀세차 다큐 만들기 프로젝트’ 등 단편 3편이다. 이 중 ‘어쩜’은 부산독립영화제에서 관객과 기자단이 선정한 ‘징검다리상’을 받았다.

영화들을 만든 곳은 한울장애인자활센터. 장애인이 먼저 손을 내밀어 비장애인의 편견을 깨고 그들과 소통하자는 뜻이다. 지난해 총 6편을 만들었고 올해 첫 작품은 5월쯤 나올 예정이다. 센터 최동일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서면 어떤 장애인이라도 속내를 술술 털어놓기 때문에 콘티가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체적인 이유보다는 장비가 없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장비를 빌리기 위해 한두주일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였다.20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 예닐곱달이 걸렸다. 내레이션은 스튜디오를 빌리지 못해 새벽 2시에 차를 몰고 산 정상에 올라가 녹음한 것이다

‘장애인 스팀세차’의 내레이션을 한 이수정(31·뇌병변 2급)씨는 “영화를 한편씩 만들 때마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면서 “나 스스로 다른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둘러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란 건 장애인들의 부모였다. 가족이면서도 장애를 가진 자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06-04-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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