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선이후 정국 ‘가시밭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윤창수 기자
수정 2006-04-12 00:00
입력 2006-04-12 00:00
득표율 0.07% 포인트 차의 사상 유례 없는 초박빙 승부, 그만큼 이탈리아 유권자들의 미래 선택은 불투명하고 혼돈스럽다. 시장에선 우려한 대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0.07%가 가른 하원 승부

9·10일 진행된 총선의 개표 결과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연합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의 우파연합이 각각 하원과 상원을 분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원의 주인은 재외국민 투표함이 열리면 바뀔 수 있다.

선관위 집계 결과 좌파연합은 하원에서 49.80%를 득표,49.73%를 얻은 우파연합에 신승을 거뒀다. 신승도 이런 신승이 없다. 불과 0.07%의 표차지만 의석은 630석 가운데 55%인 340석을 배정받는다. 지난해 말 논란 끝에 도입된 선거법 덕분이다.

상원에서는 우파연합이 50.2%, 좌파연합이 48.9%를 득표했다.315석 가운데 우파연합은 155석을 확보, 좌파연합(154석)을 단 1석차로 앞선 상태다.

그러나 재외국민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6개 의석의 향배가 결정되지 않았다. 프로디 진영은 6석 중 4석을 확보, 우파를 눌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좌파연합이 우파연합을 1석 차로 누르고 양원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투표율도 서구 유럽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83.6%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 이탈리아 국민들의 관심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재검표 요구에다 재선거 가능성까지

우파연합은 당장 재검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원의 표차는 2만 5000여표에 불과했다. 양원 모두 재검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총리는 누가 될 것인가. 이탈리아 헌법은 상·하원에서 모두 이긴 정당에 내각구성권을 준다.

상·하원이 동등하기 때문에 만약 양원의 승자가 엇갈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엄청난 혼란과 정쟁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재선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1990년대 초처럼 당적이 없는 관료들로 내각을 구성한 뒤 가을에 총선을 다시 하는 방안이다.

카를로 참피 대통령의 중재 아래 독일처럼 좌우 대연정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측이 선거 과정에서 극렬하게 대립한 점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참피 대통령이 상원보다 의석수가 많은 하원의 다수당에 정부 구성을 요청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그만큼 재검표 요구가 거셀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정치적 혼란도 혼란이지만 더 큰 문제는 ‘유럽의 환자’로 불리는 이탈리아 경제를 회복할 만한 집중력을 이번 총선에서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평균 0.6%의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고물가에 이탈리아는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누적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6%에 이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6-04-12 1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