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조흥 거래기관 ‘인수인계’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창구 기자
수정 2006-04-05 00:00
입력 2006-04-05 00:00
‘김재록 게이트’로 금융권의 시선이 온통 검찰에 집중된 지난달 29일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과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이 갑자기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두 은행의 통합을 3일 앞둔 시점에서 행장들이 검찰에 나오자 은행권에서는 “혹시 김재록씨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두 행장은 대검뿐만 아니라 대법원, 서울대 등도 잇따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문이 풀렸다. 이들이 방문한 곳은 모두 조흥은행과 거래를 하던 주요 기관이었다. 신상훈 통합 신한은행장이 조흥은행의 ‘알짜배기’ 특수 고객들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하기 위해 조흥은행의 마지막 행장과 나란히 방문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흥은행이 109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주요 기관에 많은 뿌리를 내렸다.”면서 “신한은행으로서는 이들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게 큰 과제이기 때문에 행장이 나섰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통합 신한은행에는 기관고객을 따로 관리하는 특수고객사업부가 생겼다. 이 부서는 조흥은행의 특수고객지원부가 그대로 넘어온 것이다. 조흥은행은 법원과 검찰청, 대학교, 종합병원 등에 수많은 점포를 운영했지만 후발은행이었던 신한은행은 이들 기관에 입점한 점포가 거의 없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고객은 법원이다. 조흥은행은 대법원과 5개 고등법원,9개 지방법원,18개 지원과 거래를 해 왔다. 특히 가장 큰 수익을 안겨 준 것은 압류, 경매, 소송 등을 위해 법원에 납부하는 공탁금이었다. 조흥은행은 1958년 공탁금 시행 때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공탁금을 관리했으며, 법원에만 28개의 점포를 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4년 6월말 현재 공탁금 잔고의 83.5%인 3조 496억원을 조흥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법원 공탁금은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와 마찬가지로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낮은 2%의 금리로 예치돼 조달비용이 낮은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이다. 더구나 관련 공무원 등 우량고객도 유치할 수 있는 알짜 시장이다.

조흥은행은 또 서울대 등 24개 대학에 출점해 등록금 및 교직원 급여 등을 관리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과 심지어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입출금되는 자금도 관리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다른 은행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저원가성 예금이 저절로 굴러오는 대표적인 특수 기관고객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의 알짜배기 고객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부터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은 정기적으로 적격 심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 대법원의 공탁물위원회가 대전·대구·부산·광주의 고등법원 공탁금을 해당지역 지방은행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경쟁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움직임을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85년간 맡아 왔던 서울시 금고를 치열한 경쟁 끝에 가까스로 지켰듯이 조흥은행이 독점적으로 관리했던 각종 기관영업을 경쟁 은행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4-05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