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행복하세요’/이용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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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 기자
수정 2006-04-04 00:00
입력 2006-04-04 00:00
”행복하세요?”

2006년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웃에게 이같은 질문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행복은커녕 불행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는 투로 인상 찌푸리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스스로 행복을 누리며 남들에게도 행복을 전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분이 지난해 4월2일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를 인류사에 길이 기억될 교황이라고들 합니다. 그는 즉위한 이듬해에 고향인 폴란드를 전격 방문, 대지에 입맞춤했습니다. 이교도와의 화해에도 결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또 가톨릭 교회의 해묵은 과오를 솔직히 참회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종교·이념·인종의 틀에서 벗어나 사랑과 화해·평화를 이야기했기에,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라는 자리를 뛰어넘는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존경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2일 선종 1주기를 맞아 세계는 다시 한번 요한 바오로 2세의 인간사랑을 되새겼습니다.

그의 생명사랑과 행복·평화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진전,‘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가 오늘부터 16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전시회에는 교황이 방한했을 당시를 비롯한 생전의 활동, 선종후 고향인 폴란드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추모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40여점이 선보입니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한국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현장을 발로 뛰어 만든 것들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더불어 20세기를 사랑으로 수놓은 테레사 수녀가 인도·캄보디아 등지에서 벌인 봉사활동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1993년 조계종 종정인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었을 때 우리사회는 그분이 생전에 남긴 법어를 되새기며 마음 깊이 추모했습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그분을 따를 수 있었던 건 큰 가르침이란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물이 새 생명을 싹틔우는 이 계절, 요한 바오로 2세가 주는 축복의 말씀인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가 더욱 가슴에 와닿습니다. 행복은 결국 스스로가 찾는 것일 테니까요.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6-04-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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