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 조장 보험상품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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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운 기자
수정 2006-03-30 00:00
입력 2006-03-30 00:00
보험사들의 지나친 신상품 출시 경쟁이 보험 가입자를 졸지에 사기꾼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눈길을 끄는 이색 상품 중에는 가입자가 손쉽게 ‘공짜 돈’과 같은 보험금을 받아낼 수 있는 허술한 구조를 지닌 보험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은 이처럼 가입과 보험금 지급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상품들에 중복 가입하고 싶은 ‘유혹’을 받기 쉽다. 가입 당사자야 피해보는 게 없지만 보험사의 경영 악화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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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30세의 한 여성은 A·D·I·H 등 4개 보험사의 ‘입원비 보험’에 가입하고 병원에 30일 동안 입원했다.4개 보험사에 낸 월 보험료는 12만 337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여성은 4개 보험사로부터 하루에 28만원씩, 한달동안 858만원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매일 4만원 정도의 입원치료비를 별도로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여성은 고의가 아니더라도 결국 병원에 누워서 큰 돈을 번 셈이다.

보험금 지급 싸고 분쟁 빈발

최근 일부 보험사에서 판매중인 이른바 입원비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하루에 10만원씩 주는 보험’‘입원 첫날부터 매일 6만원’ 등 현란한 광고 문구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험료만 내면 실제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는 ‘정액보상’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 외국계 보험사가 내놓은 뒤 인기를 끌자 일부 후발업체들이 서로 달려들어 보험금이 점점 높아졌고,TV홈쇼핑 판매와 소비자 광고도 극성스러울 정도로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일정한 직업이 없는 박모(32)씨가 28개 보험사에 모두 40개의 입원비 보험에 가입, 가벼운 상처를 입고 44일간 입원한 뒤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4100만원을 청구했다가 분쟁을 벌이는 사례마저 발생다. 박씨가 낸 보험료는 월 126만원이었다.

보험사와 금융감독원, 보험소비자단체들에 따르면 입원비 보험과 관련된 분쟁조정 신청이 10여건씩 접수돼있다.

입원비 보험과는 달리 실제로 가입자가 허술한 상품 구조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해 사기꾼이 된 경우도 있다. 골퍼를 대상으로 한 ‘홀인원 축하보험’이 대표적이다.

중복·초과보험등 감독당국 조치 절실

주부 나모(44)씨 등은 라운딩을 하다 홀인원을 한 것처럼 속이고 7차례에 걸쳐 보험금 6000만원을 받아챙겼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나씨 등은 선행조와 후미조로 나눠 골프를 치면서 후미조가 티샷을 하면 선행조에서 경기보조원 몰래 다른 골프공을 후미조 홀컵에 넣는 수법을 썼다. 처음엔 장난삼아 시작했다 결국 전문 사기꾼으로 변해 덜미를 잡혔다. 이 보험은 골프장측에서 홀인원 사실만 확인해주면 보험금이 나오는 허술한 구조다.

보험 사기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건수는 전년 보다 43% 증가한 2만 3607건, 피해액은 39.6% 증가한 1801억원에 이른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이같은 보험들은 선량한 사람을 범죄인으로 만들고,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다른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다.”면서 “실제 손해액을 훨씬 뛰어넘는 초과보험, 중복보험 등에 대해선 감독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06-03-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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