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책] 가시도 아프다/김병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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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기자
수정 2006-03-18 00:00
입력 2006-03-18 00:00
꼭 체온만큼 따뜻해서 현실감을 잃지 않고도 훈훈한 서정을 느낄 수 있는 창작동화가 ‘가시도 아프다’(김병규 글, 박요한 그림, 효리원 펴냄)이다.

이 책은 모두에게 쓸모없다고 무시당하는 가시를 주인공으로 의인화해 스스로 소외를 벗어나는 과정을 서정짙게 그려내고 있다.

“햇빛을 받아도, 넌 반짝이지 않더라.” 이파리의 빈정거림에도, 나뭇가지의 비아냥에도 탱자나무 가시는 그저 꾸욱 참을 뿐이다. 꽃들도, 흰나비도, 지나가는 삽사리조차도 늘 까닭없이 원망어린 눈초리를 보내와도 별 수 없이 주눅들어 살았던 가시였으니.

53쪽짜리 길지 않은 글이나, 미덕이 퍽이나 많은 책이다. 가시를 구심체로 끊임없이 모여드는 자연 속 생명체들을 만나는 즐거움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점박이 거미, 개미, 실잠자리, 모기, 하루살이, 좀나비, 여치, 솔개….

점박이 거미의 꼼수에 걸려들어 꼼짝없이 주위 친구들의 오해를 사기도 하는 가시에게도 마침내 친구가 생긴다. 솔개에게 쫓기던 참새를 구해주면서 난생 처음으로 “친구”라는 말을 들어보게 된 것이다.“내가 안 무서워?” 참새의 대답이 가시에겐 눈물겹도록 고맙다.“친구가 왜 무섭니?”



푸릇푸릇 싹이 트는 봄에서 개구쟁이들이 연을 날리는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새 봄으로. 사계를 빙 한바퀴 돌아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여유로움도 좋다. 거기에 코끝 찡한 감동까지. 삭정이에 붙은 가시는 아이들의 한겨울 모닥불 속에서 한줌의 재가 되고, 그렇게 소망했던 오랜 꿈을 이루는 완결구도가 돋보인다. 재가 된 가시는 무엇이 됐을까. 잿더미를 밀고 쑤욱 올라온 제비꽃 위를 빙빙 맴도는 참새는 안다. 제비꽃에서 가시가 풍기던 바로 그 향내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초등생.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3-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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