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푸짐 행동은 느릿 ‘소시민의 표상’ 이·두·일
홍지민 기자
수정 2006-03-17 00:00
입력 2006-03-17 00:00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MBC 일일연속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주말엔 KBS2 ‘인생이여 고마워요’에 나온다. 게다가 KBS2 어린이드라마 ‘641가족’(월∼목)에도 출연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청자와 만나는 셈이다.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스케줄이 고되다. 지난해 수술 받았던 무릎이 버거울 정도다. 어쩌다 보니 드라마 3개가 겹치게 됐으나 “무리한 스케줄이 절대 자랑은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1986년 연우무대 아동극 ‘꿈꾸러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초연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으나 방송과 영화로 주무대를 옮긴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주로 조역이나 단역 신세였다. 당당한 주연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도 다른 캐릭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주변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메인 캐릭터를 도우며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게 천성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형사 역이, 영화 ‘무사’에서 지산 스님 역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연이은 작은 역에 속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마흔 살이 됐을 때 (전업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려 했는데 그때 너무 바빠서 까먹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게을러서 그런지 그냥 하게 됐네요.”라고 던지는 말에 삶에 대한 무던함이 묻어났다. 푸짐하고 둥글둥글한 인상에다가 느릿느릿하고 나지막한 목소리 때문일까. 그가 주로 맡고 있는 캐릭터는 소심하나 마음만은 따뜻한 소시민적 가장이다. 능력으로 따지면 ‘루저’(loser), 즉 낙오자다. 그래서 극중에서 구박도 많이 받는다. 우리시대 중년 남성들의 또 하나의 ‘내모습’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IMF 때는 부도가 나서 처가살이하는 가장 역할만 연달아 3번이나 했어요.”라는 그는 “개인적으로는 소시민적 연기가 재미없다.”고 고백한다. 국내 방송이 확인된 캐릭터만 계속 주어지는 풍토라 아쉽다. 하지만 소시민적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고, 자신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든 대변된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외모 때문인지 극중에서 웃겨야 하는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데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연기할 수 있는 게 소시민적 가장이라고 빙그레 웃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친 김에 무능력한 소시민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파헤쳐보고 싶다고도 했다.
연기와 실제 모습과 닮았느냐고 물었더니,“외향적이지 않은 것, 속으로 삭이는 것은 비슷하지만 드라마처럼 심하지는 않아요. 무난한 편이에요.‘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최상급’으로 무능력한 것 같아요. 허허허.”라고 답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정말 행복한 거죠.”라는 이두일은 96년 중반 MBC 예능 프로그램 ‘환상여행’에 고정적으로 출연하며 악독하고 야비한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시절이 다소 그립다고 한다. 그는 “표현 수위가 자유로워지거나 소재가 다양해지면 배우 영역이 커질 텐데 하는 생각도 있어요.”라면서 “사람도, 세상도 달라지니까 언젠가 다른 역할의 기회가 있겠죠?”라고 변신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6-03-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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