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용·경제사업 분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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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일 기자
수정 2006-03-16 00:00
입력 2006-03-16 00:00
농협중앙회가 정부의 ‘신용·경제사업 분리’ 방침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농협의 신용사업(은행 등 금융업무)과 경제사업(농산물 생산지원과 유통업무)을 분리했다가는 농업과 농민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경을 분리하면 경제사업 쪽의 적자 5000억여원을 신용부문이 지원하겠냐.”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은 신용·경제사업이 한 울타리 안에 있으니까 농민들을 위한 사업에 돈을 쓸 수 있지만, 신용이 분리돼 신용쪽 노동조합이 전국사무금융노련의 산하로 들어가면 경제사업 지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특히 신용분리 방침을 재정경제부의 ‘밥그릇 챙기기’에도 빗댔다. 그는 “재경부가 농협의 은행업무를 떼어내 따로 ‘밥상’을 차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최근 신·경분리와 관련, 농협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실무선에서 검토했다. 정 회장은 따라서 농민 출신인 박흥수 농림부 장관이 현재의 농협 체제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도 신·경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의 농협을 부러워할 정도라고 했다.

김동해 전무이사도 “농민들로부터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값싸게 주는 경제사업의 특성상 적자는 불가피하다.”면서 “신·경분리가 되면 생존력이 떨어지는 경제사업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신·경분리를 한 수협의 경우 신용쪽에서 어민들에 대한 지원이 전무해 당초 ‘어민을 위한다.’는 수협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6월 말까지 신·경분리 추진계획을 정부에 내기로 한 것은 신·경분리가 아니라 분리해도 괜찮은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사전단계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머리가 붙은 샴 쌍둥이의 경우 분리하면 살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신·경분리로 가는 것은 농협법 부칙 12조 1항에 명시됐다고 반박했다.“농협을 효율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6월 말까지 세부적인 추진계획을 제출한다.”는 규정은 신·경분리를 전제로 했다는 것. 재경부도 신·경분리는 법으로 정해진 사실이며 농협의 금융부문은 당연히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협의 고위관계자들은 “1㏊ 단위로 영농을 하는 현실을 모르고 유럽 등에서 유학한 일부 학자들의 주장만 받아들여 신·경분리를 추진해서는 곤란하다.”면서 “협동조합 만큼은 복합적인 가족농 줌심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6-03-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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