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니면 적… 與 돌연 ‘고건 때리기’
한때 ‘민주·평화·미래 세력’의 핵심 인사로 치켜세우며 경쟁적으로 구애를 했던 열린우리당이 ‘고건 때리기’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12일 ‘정동영-고건 회동’에서 양자 연대가 일단 물건너간 이후 여당 저변에서 ‘불쾌감’이 표출된 셈이다.
최재성·우원식·김현미 등 초선의원 30명은 15일 고 전총리의 ‘무임승차’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 의원들은 “대선 후보를 자임하는 고 전총리가 이번 지방선거에 방관자로 자청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며 ‘반수구 대연합’,‘반 한나라당 연합전선’에 합류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성명을 주도한 최재성 의원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려는 무책임한 정치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하지만 여당의 격앙된 분위기가 고 전 총리에 대한 ‘선전포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건 때리기’는 ‘협력과 경쟁’이란 묘한 관계에서 출발한 여권의 복잡한 다목적 카드라는 지적이다.
우선 고 총리의 지방선거 협력을 겨냥,‘무임승차 불가론’을 앞세운 ‘압박’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한 당직자는 “고 전총리가 대선 전초전인 지방선거에서 기여를 하지 못한 뒤 여권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우원식 의원이 “공식적 연대 이외에 우리를 도울 방법은 많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고 전총리를 향한 ‘흠집내기’ 차원도 병행한 듯하다. 고 전총리의 현재 지지율은 과거 여당·호남 지지자들과 중첩된 측면이 있다. 특히 전북이 고향인 정 의장과는 경쟁적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고 전총리의 지지율이 빠지지 않는 한 정 의장을 비롯한 여권 주자들의 지지도는 올라가기 어려운 ‘시소 게임’인 셈이다.
고 전총리는 이날 여당의 공세를 보고받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2008년 대권 고지를 향한 길목에서 고 전 총리와 정의장 등 여당 주자들간의 ‘다가서면 피하고, 멀어지면 다가서는’ 게임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