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용 기/ 한종태 논설위원
한종태 기자
수정 2006-03-11 00:00
입력 2006-03-11 00:00
왜 이리도 발신자 이름이 많은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말입니다. 이름을 일일이 확인해보니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통화도 제대로 못한 친구와 친지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술기운을 용기 삼아 전화를 건 모양입니다. 혹시 실수한 것은 없는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어젯밤 전화통화를 했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어제 기분 좋았던 모양이더라. 속은 괜찮냐.”“내가 실수한 건 없었니. 네가 ‘정말’ 보고 싶어서…”그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와 저녁 약속을 정하고 나니 어젯밤 술기운 용기가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그러면서 술기운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봅니다. 큰소리로 하늘을 향해.“어머니, 잘 계시죠. 어머니가 무척 보고 싶습니다.”금세 하늘이 밝아진 것은 착시(錯視)였을까요.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2006-03-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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