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책]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양용기 지음
임창용 기자
수정 2006-03-11 00:00
입력 2006-03-11 00:00
건축가 양용기의 책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평단 펴냄)는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인간을 위한 건축’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물으면서 건축문화사적으로 그 해답을 모색한 책이다.
‘집은 왜 필요한가.’로 시작되는 내용은 다소 진부한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수많은 건축가들과 사상가, 예술가, 시대사조를 등장시키면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건축의 의미들을 상기시킨다. 이들을 섭렵하면서 저자가 이끌어내는 결론은 ‘건축은 철학이나 심리학, 그 시대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건축한 임호텝을 비롯, 존재와 부재의 개념을 큐비즘으로 보여주었던 피터 아이젠만, 자연을 장식으로, 공간으로 그대로 활용한 안도 다다오 등 세계 건축의 거장들. 저자는 이들의 건축이 단순한 물적 존재를 넘어 하나의 사상적 깨달음으로 귀결됨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하지만 저자는 건축의 중요한 요소인 ‘장식’에서 심각한 고민의 모습을 보인다. 장식이론은 ‘떼어내도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말한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알버티의 정의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장식이론이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아르누보 장식으로 이어지면서 극단적으로 아돌프 루스의 ‘장식은 범죄’라는 말을 상기시킨다. 그런 가운데서도 장식이 모더니즘과 레이트 모더니즘(후기 근대건축), 포스트모더니즘, 네오모더니즘을 낳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커튼을 치는 순간, 그 공간은 벽을 갖게 된다.’는 미스 반데 로에의 ‘커튼 월’ 사상을 인용하여 이러한 벽이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사회계급을 가르는 모더니즘 사상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시사한다. 그는 20세기 대표적 건축물로 20세기 말의 독일 건축가 귄터 베니슈의 ‘국회의사당’을 들면서 공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공간은 애초에 하나였고 우리가 벽을 쌓는 순간부터 그것이 나누어지기 시작한다. 공간을 다시 하나로 만들면 그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고.
결국 저자는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이란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가 살아 쉼쉬는 건축임을 일깨우고자 한다. 그리고 ‘건축은 깨달음이다.’라는 사유의 길로 독자를 안내한다. 르코르뷔지에의 제자이던 김중업의 ‘삼일빌딩’, 오토 바그너의 ‘서울역’, 모포시스의 이대 앞 ‘선 타워’ 등 무심코 지나치던 유명 건축가들의 국내 건축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03-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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