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가 본 ‘자본주의 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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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2-25 00:00
입력 2006-02-25 00:00
기업경영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도의 실천행위이다. 기업경영을 하다보면 기업 내에서 사람 냄새 나는 훈훈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CEO의 목소리도 들려야 하고 조직구성원간의 유대가 돈독할 필요도 있다. 반면 근로자들에게 최대의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독려하면서 이윤을 못내는 인력이나 부서는 과감히 제거하는 냉정한 접근방식도 필요하다. 전자는 경영에 있어서 인본주의적 전통, 후자는 과학적 전통으로서 이 둘은 끊임없는 논쟁과 실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자본주의 철학자들’(안드레아 가보 지음, 심현식 옮김, 황금가지 펴냄)는 바로 이러한 두 얼굴에 대한 이론적 흐름을 경영사상가별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는 13인의 대가가 등장한다. 우선 테일러리즘을 창안한 테일러가 과학적 전통의 창시자로, 그리고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는 매리 파커 폴렛이 인본주의적 전통의 창시자로 나온다.

테일러는 근로자를 지속적 아이디어와 생산공정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잠재력의 원천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기계의 부속처럼 생각했다. 근로자를 철저한 기능인으로 파악하면서 생산라인에서의 인간과 기계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연구한 것이다. 반면 테일러리즘에 대항해 ‘산업공동체’로서의 기업을 꿈꾼 매리 파커 폴렛의 주장은 인본주의적인 흐름을 잘 대변하고 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의 전통은 로버트 맥나마라, 허버트 사이먼, 앨프리드 슬론, 앨프리드 챈들러 등으로 이어진다. 인본주의적 전통이론은 폴렛에서 엘턴 메이오, 프리츠 뢰슬리버거, 에이브러햄 매슬로, 더글러스 맥그리거 에드워드 데밍으로 이어진다. 에드워드 데밍에 와서 통합의 기미를 보인 과학적 전통과 인본주의적 전통은 드디어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 드러커에 와서 통합이 되면서 기업은 이제 단순한 경제적 기관이 아닌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두 개의 전통이 융합되기 시작한다.

이 책의 한 장 한 장은 이들 사상가들 대한 간략한 전기이다. 출생이나 성장배경 그리고 개인적 이력이 이론과 함께 비교적 자세히 기술된다. 그리고 경영학이 가진 실천적 특성에 맞게 사상가의 이론이 본인의 구체적 경험 및 교류하는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는 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데밍의 경우, 인구조사를 위해 방문한 일본에서의 경험은 일본인들과의 친분관계와 교감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그의 품질경영이론이 일본에서 설파되고 일본기업들이 이를 채택하면서 거꾸로 그의 영향이 막대해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다. 가끔씩 제시되는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마지막 장에서는 피터 드러커에 대해 살짝 험담도 늘어놓고 있다. 그의 출생 배경이 모호하다는 부분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고, 그가 “사실을 구미에 맞게 수정하거나 지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구체적인 케이스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GM 캐딜락 사업부문이 흑인매춘여성 2000명을 고용했다는 케이스인데 읽어 보면 좀 황당하기도 하다.)

경영학은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 경영학과가 있고 경영학 지망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은 경영학이 사람에 관한 학문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래서인지 저자의 시각도 인본주의적인 전통에 약간 기울어져 있다.



일종의 경영학 학설사로 볼 수 있는 이 책을 등장인물의 이론에 관한 참고자료와 대조해가며 읽는다면 7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06-02-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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