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주택자금 ‘편법대출’ 성행
강충식 기자
수정 2006-02-24 00:00
입력 2006-02-24 00:00
23일 시중 A은행 서울 모 지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계약서가 없어도 생애최초 자금 대출을 신청하면 일단 받아준 뒤 나중에 계약서를 내도 자금을 발려주고 있다. 장래에 있을 매매계약을 근거로 미리 접수를 해주는 것이다. 규정에는 신청 때 반드시 매매계약서를 첨부토록 돼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매매계약서가 없어도 주민등록등본만 가져오면 내부 검색시스템을 통해 무주택자인지 여부부터 확인한다.”면서 “무주택자로 판명된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면 접수를 받아준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서류에는 아무 아파트나 임의로 등록한 뒤 나중에 실제로 계약되면 서류를 고쳐준다.”고 덧붙였다. 신청 이후 언제까지 매매계약서를 첨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부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부합산 소득이 3000만∼5000만원 이하인 가구의 경우 24일까지 대출신청을 한 뒤 27일 이후라도 매매계약서를 내면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규정으로는 부부합산 소득이 3000만∼5000만원인 가구는 반드시 24일까지 계약서를 첨부해 신청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매매계약서 없이 대출신청을 받아주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면서 “실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27일부터 부부합산 소득을 3000만원 이하로 할 경우 생애최초 자금 대출 상품은 사실상 35세 이하나 자영업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40∼50대 직장인의 부부합산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합산 소득을 5000만원 이하로 제한했을 때도 생애최초 자금 대출자의 64.1%가 35세 미만이었다. 즉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장 5년차 미만의 젊은층이 대출자금의 64%를 재테크 차원에서 빌려 썼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000만원 이하로 제한할 경우 젊은층으로의 대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40∼50대 무주택자는 소외되고 35세 미만의 젊은 직장인이 대출 상품을 싹쓸이하는 것이 과연 제도의 취지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2006-02-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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