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감정단어 434개 72%가 불쾌한 감정 표현
수정 2006-02-16 00:00
입력 2006-02-16 00:00
민 교수는 연세대 언어정보개발연구원이 만든 ‘현대 한국어의 어휘빈도’ 자료집을 활용했다. 최근 10년간 신문·잡지, 문학작품, 교과서에서 일정 빈도 이상 사용된 단어 6만 5000개를 담고 있는 자료집이다. 여기서 감정과 관련있는 형용사, 동사, 명사를 뽑아 감정 전문 연구원들에게 맡겨 434개를 추려냈다. 순전히 감정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로만 한정,‘키스하다.’(행동)‘열나다.’(감각)‘화친’(관계) 등은 제외했다. 이 단어들을 한양대 학생 123명에게 보여줬더니 71.9%인 312개 단어가 ‘불쾌’로 나왔다.‘쾌’ 단어는 ‘홀가분하다.’(7점 만점에 6.24)에 이어 행복하다.(6.16)-사랑스럽다.(6.09)-기쁘다.(5.94) 순이었다.‘불쾌’ 단어는 ‘참담하다.’(1.52)에 이어 한맺히다.(1.60)-역겹다.(1.67)-배신감(1.73) 순이었다. 연구진은 불쾌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 대해 인류 진화사에서 ‘쾌’보다는 ‘불쾌’ 쪽 정서에서 표현의 구별과 적절한 대처가 더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감정의 격한 정도를 나타내는 ‘활성화’ 측정에서는 열광하다.(6.66)-화나다.(5.91)-증오하다.(5.85)-배신감(5.72)-통쾌하다.(5.71)가 선정됐다.
단어가 주는 ‘친숙성’에서는 ‘기쁘다.’가 6.26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재미있다.(6.19)-반갑다.(6.14)-고맙다.(6.13)-사랑스럽다.(6.12)가 꼽혔다. 친숙성이 낮은 단어는 회오(1.70), 송연하다.(1.90), 처연하다.(2.35), 뜨악하다.(2.41), 정한(2.43) 등이 있었다.
민 교수는 “단어 수로는 불쾌 단어가 많지만 친숙성 측면에서는 ‘쾌’ 정서를 나타내는 정적인 감정표현 단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인의 감정에 관한 관념이 주로 ‘쾌’ 감정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6-02-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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