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9년만에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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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기자
수정 2006-02-10 00:00
입력 2006-02-10 00:00
‘사랑을 생각하다’라니. 한순간에 풍덩 빠지든 서서히 스며들든, 사랑은 ‘하는 것’이지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향수’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9년 만에 발표한 신작 ‘사랑을 생각하다’(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펴냄)는 인류 탄생 이래 모든 예술이 줄기차게 재생산해 온 사랑의 변주곡 대신 사랑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 정색하고 파고든 에세이다.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을 때는 나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그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에 대해 설명하려 하면 나는 더 이상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시간’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발언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은 쥐스킨트는 스탕달과 괴테, 클라이스트와 바그너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세계에서 드러난 사랑의 다양한 유형과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지적인 통찰력으로 사랑의 의미를 차근차근 짚어가던 작가의 여정은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사랑이란 불멸의 주제에 가닿는다.

죽은 연인을 데려오기 위해 죽음의 세계인 하데스로 내려가는 오르페우스의 신화가 그것이다.‘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킨다. 왜냐하면 그것은 좌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오르페우스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인간이었다. 아니, 바로 그 좌절 때문에 그는 의심할 바 없이 더 완전한 인간이었다.’(84∼86쪽)

‘향수’‘콘트라베이스’ 등의 소설에서 맛보던 짜릿한 이야기의 매력은 없지만 대단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 은둔 작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반가워할 만한 책이다.

이 책과 함께 출간된 ‘사랑의 추구와 발견’은 오르페우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의 동명 시나리오와 영화감독 헬무트 디틀의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2004년 완성된 영화는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개봉됐다. 각권 7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6-02-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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