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오는 소리/이태동 지음
김종면 기자
수정 2006-02-03 00:00
입력 2006-02-03 00:00
최근 출간된 이 교수의 산문집 ‘밤비 오는 소리’(문예출판사 펴냄)에는 이처럼 예술적 감성 충만한 글들이 수필의 이름으로 실려 있다. 책은 ‘서재를 정리하며’‘작은 곱사등이’‘겨울 속의 봄’등 3부로 이뤄져 있다. 저자 스스로 “진실의 빛무리”라고 말할 만큼 자신의 수필 가운데 정수만을 골라 실었다.
표제작 ‘밤비 오는 소리’의 한 대목.“…어떻게 들으면 그것은 비둘기 깃털만큼이나 부드럽고, 산 그림자를 지우며 어디론가 날아가는 학의 날갯짓만큼이나 긴 여운을 지니고 있어서, 대낮에 상처입은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준다.” 밤비의 서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밤비 소리를 “조용히 흐르는 미사곡”으로 듣는 지경에까지 나아간다. 실로 감상을 극한 글이다. 하지만 결코 값싼 감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글 갈피마다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경건한 ‘견인주의자’의 자기다짐 같은 것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게 글쓰기란 존재의 감옥에 갇힌 인간이 벽을 넘어서려는 간절한 슬픈 욕망을 벽 위에다 처절하게 새겨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글이란 요컨대 수인(囚人)의 지문(指紋)과도 같은 것이다.
이야기를 단순히 늘어놓는다고 수필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육화(肉化)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구성의 힘이다. 저자의 수필문은 내용미뿐 아니라 형식미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여인의 속살처럼 예민한 감성과 지성의 언어로 빚어내는 저자의 산문은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일반의 미신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무잡한 글줄이 판을 치는 시대이기에, 노(老)교수의 청자연적 같은 결곡한 문장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02-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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