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짜맞추기 급급한 조세정책 안 된다
정책의 윤곽을 꺼냈다가 반응이 시원찮으면 비공식 발표라며 발을 빼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국정의 중심을 잡고 책임을 다해야 할 집권당과 정부의 행태가 이래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정책이라면 통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수용 가능한 안으로 정리해 내놓고 국민의 의향을 진지하게 묻는 게 정도일 것이다. 설익은 정책이나 방향의 남발은 혼란과 소모적 논쟁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1∼2인 가구 추가소득공제’ 폐지 발언도 성급했다는 판단이다. 조세정책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사회 및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면 예산에 이미 반영한 20조원 외에 2010년까지 10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재원을 증세 없이 확보하려면 비과세 혜택의 점진적 정비는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세출의 구조조정과 자영업자의 소득파악 현실화를 먼저 거론하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맞벌이 근로자의 공제혜택 없애기부터 나선다면 행정편의적이며 공평과세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근로소득자 못지않게 소비지출을 하면서 연간소득을 면세점인 508만원 이하로 신고한 사람이 절반(206만여명)이라고 한다. 자영업이 경기에 영향받고 비용개념이 다르다고 하나, 이는 분명 잘못됐다. 소득을 성실하게 신고하는 자영업자도 많겠으나, 그러지 않다면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파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국민이 투명해야 조세형평이 가능하며, 양극화 해소 등의 재원 마련도 용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