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상배 글·김세현 그림
황수정 기자
수정 2006-01-20 00:00
입력 2006-01-20 00:00
아이들에게 읽힐 창작동화 치고는 운을 떼는 품새가 범상찮다. 인기 동화작가 이상배의 ‘아리랑’(김세현 그림, 파랑새어린이 펴냄)은 첫장부터 우리말의 유려한 질감이 혀끝을 착착 감친다.‘우리 노래’ 아리랑의 유래를 작가 나름대로 재구성했으니 불끈불끈 서사의 힘줄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난한 소작농들이 많이 모여사는 작은 고을 구만리. 김 좌수의 집에서 대물림 종살이를 하는 고아 머슴 리랑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그런 어느날 우물가에서 말뚝댕기를 한 반빗간(음식 만드는 곳) 소녀 성부를 만나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이에게선 그리운 어머니 냄새가 난다.
흉년이 극심해져 김 좌수가 곡식을 있는 대로 빼앗아가자 견디다 못한 리랑과 소작농들이 난을 일으킨다. 김 좌수에게 멍석말이를 당해 사경을 헤매는 리랑, 동변상련의 우정을 키우던 성부는 안타깝기만 한데….
고만고만한 생활동화들 속에 우뚝 키가 커보이는 책이다.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파렴치 벼슬아치와 소작농들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모처럼 색다른 글 소재의 향미를 만끽할 듯하다.
순우리말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달구비’‘똥탈’‘살꽃’ 등 토박이말의 향연에 배가 불러진다. 책 뒤쪽에 ‘우리말 찾아보기’가 따로 붙어 있어 학습효과를 챙기는 데에도 그만이다. 초등생.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1-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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