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앤드루 콜린스 지음
김종면 기자
수정 2006-01-20 00:00
입력 2006-01-20 00:00
영국의 역사학자 앤드루 콜린스가 쓴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한은경 옮김, 김영사 펴냄)은 아틀란티스에 관한 숱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아틀란티스학(Atlantology)’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책은 플라톤이 말한 사라진 제국 아틀란티스가 신화가 아니라 실재임을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아틀란티스 문명의 흔적을 통해 밝혀낸다.
저자에 따르면 아틀란티스 문명이 존재했던 곳은 메소아메리카, 그 중에서도 카리브해 쿠바다. 멕시코 신화에는 ‘뱀의 사람들’이 기이한 배를 타고 메소아메리카로 건너와 멕시코를 지배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들은 동쪽의 ‘아스틀란’에서 건너와 일곱 개의 동굴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는데, 이 동굴에 해당하는 지역이 바로 쿠바에서 100㎞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아스틀란이란 말의 어원이 아틀란티스와 같은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아틀란티스=지중해 미노아문명’이란 도식을 정설로 믿어온 고고학계는 크게 반발했지만 결국 백기를 든다.‘아메리카의 아틀란티스’의 저자 조지 에릭슨은 “카리브해가 한때 해수면보다 위였고 얕은 여울목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의 결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무엇보다 플라톤의 텍스트에 담긴 정치적인 의도와 거짓 정보를 제거하고 원재료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플라톤이 말한 리비아와 아시아를 합친 대륙이란 아틀란티스 제국의 실제 크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지배력이 미친 범위를 일컫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
또 기원전 1만년이란 연도는 실제 연도가 아니라 자기 종족(아테네인)의 역사가 이집트인들의 역사보다 오래됐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아틀란티스의 멸망에 대한 기술도 당시 아테네의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의미가 짙다고 설명한다.
아틀란티스 문명이 카리브해 일대에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또 있다. 다름아닌 ‘침묵의 항해자’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의 저서 ‘역사’에서 기원전 1000년에 페니키아인들이 “리비아를 돌아 항해하면서 오른쪽에서 태양을 보았다.”라고 적었다. 남해귀선 아래선 태양이 북쪽 하늘에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이처럼 페니키아인들과 카르타고인들은 이미 기원전부터 대서양을 건너 전세계를 넘나들었다. 이들은 대서양 무역로에 대한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 아무런 의사소통 없이 교역을 해 침묵의 항해자라 불렸다. 이 침묵의 항해자들이 대서양을 통해 아프리카와 지중해, 멀리 중국과 일본의 문명을 메소아메리카 지역에 전했고, 담배와 코카인을 이집트 파라오에게 건넸으며, 아틀란티스 문명을 세계에 알렸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바로 이들이 전해준 아틀란티스에 관한 정황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아틀란티스 문명은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바하마와 카리브해의 아메리카 인디언 홍수신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격렬한 폭풍우로 인해 땅이 가라앉았고…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오랜 달이 부서지고…바다가 몰려들었다.”
플라톤이 말한 아틀란티스가 멸망하는 장면과 아주 유사하다. 문제는 ‘오랜 달’이란 말이 애매할 뿐 아니라 쓰나미나 해일로 땅이 영구히 가라앉을 순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홍수신화에 나오는 오랜 달을 외계의 물체, 즉 운석으로 본다. 이 운석으로 인해 지구 역사상 마지막 빙하시대가 도래했고, 이 시기에 아틀란티스 문명 또한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은 글과 논쟁의 주제가 됐고 때론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환상의 제국. 아틀란티스의 진실을 찾아가는 길은 결코 평탄대로가 아니다. 미로게임을 벌이듯 팽팽한 긴장을 요구하는 험한 길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지적 쾌감은 만만치 않다.2만 8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01-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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