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21)-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1)
수정 2006-01-18 00:00
입력 2006-01-18 00:00
제2장 居敬窮理(11)
실제로 율곡은 어렸을 때부터 불경을 읽기 좋아했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율곡이 가장 좋아했던 경전은 ‘능엄경(楞嚴經)’.
능엄경은 한국불교의 기본경전 중의 하나로서 ‘깨달음의 본성이 무엇인가 밝히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밝힌 소화엄경(小華嚴經)’이라고 불리면서 널리 독송되었던 경전 중의 하나였다.
훗날 율곡의 문인이었던 김장생(金長生)에게 글을 배웠던 우암 송시열은 율곡의 행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을 정도였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문성공 이이는 타고난 재질이 매우 높아 5,6세 때 이미 학문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또한 10세도 못 미쳐서 각종 유교경전을 통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인의 도가 다만 이것뿐인가.’라고 한탄하면서 불교와 도교서적도 널리 읽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였던 것은 ‘능엄경’ 한 책이었습니다. 대개 그 내용은 안으로 마음과 본성을 말한 것이 매우 정미(精微)하고 밖으로는 하늘과 땅의 치수가 광활한 것을 말한 내용인데, 이이는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면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 내용을 능히 알 수 있었으며, 또한 어떻게 능히 그 맛을 알았겠습니까.”
율곡의 부친이 평소 불경을 탐독하였다는 사실은 그대로 율곡에게 유전되어 율곡은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능엄경’을 애독하였으며, 이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묘심(妙心)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적 관심은 율곡의 성장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확산된다.
따라서 율곡은 어려서부터 산사를 자주 찾아다니면서 선(禪)을 통해 한순간에 진리를 깨우칠 수 있다는 돈오(頓悟)적 수행법에 점차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였던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율곡이 한때 봉은사(奉恩寺:지금 서울 강남에 있는 절)에 머물고 있으면서 불문에 귀의할 것을 결심하는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율곡의 제자였던 김장생은 행장기에서 이 무렵의 율곡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하루는 봉은사에 가서 불교서적을 보고 그 생사의 말씀에 깊이 감명을 받았으며, 또 그 학문이 간편하고 고묘(高妙)한 점이 좋아서 세상을 떠나 이를 구할 것을 시도하려고 하였다.”
율곡의 이러한 불교적 관심은 마침내 19세 되던 해에야 결실을 맺게 된다.
그 무렵 율곡은 사랑하는 어머니 신사임당이 죽자 3년 동안 심상하였으며, 마침내 관례를 올리고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율곡에게 견딜 수 없는 인생의 무게였으며 ‘왜 사는가. 나고 죽는 생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어릴 때 능엄경에서 읽었던 만법이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이라 하여 마음은 영원불멸이라는 진리는 과연 무엇인가.’하는 철학적 사색에 깊이 침잠하게 되었던 것이다.
2006-01-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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