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부 ‘반짝행사?’
이창구 기자
수정 2005-12-28 00:00
입력 2005-12-28 00:00
올해 연말에 특히 많은 단체들이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은행들이 12월 들어 사회공헌 기부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낸 은행들은 최근 공익성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연말이라는 ‘호기’를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유독 12월에 집중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무려 70억원을 기탁했다. 이 금액은 은행권 사상 최대로, 연말이면 으레 수천만원씩만 기탁해온 은행들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모처럼 큰 결단을 내렸다.”면서 “사회공헌에서도 ‘리딩뱅크’로서의 지위를 굳히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최근 500억원대의 장학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한 신한금융지주도 2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억원을 쾌척해 국민은행의 뒤를 이었다.
은행이 거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12월에 기부금이 너무 집중된다는 견해도 많다. 국민은행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낸 사회공헌 활동비는 59억원이었고,12월 기부금은 79억원에 이른다.1년치 사회공헌 활동비의 절반 이상이 12월에 집중됐다.11월까지 182억원을 지출했던 신한지주도 12월에만 50억원을 내놓았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나눔재단을 설립한 외환은행도 올 사회공헌 활동비 76억원 가운데 11억원을 12월에 지출했다.11월까지 47억원을 지출한 농협도 12월에 17억원 이상을 내놓았다.
●은행 공익활동 공시 유도
은행권의 기부가 12월에 집중되는 것은 ‘불우이웃돕기 시즌’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올해에는 폭설 피해까지 겹쳐 기부 활동이 더욱 활발하다.
그러나 사회공헌 활동을 일회성 기부로 끝내지 말고,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사회공헌 활동비를 예산으로 책정하지 않고, 연말이나 자연재해 등 기부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지급해 왔다. 국민은행 등이 최근 영업이익의 1%를 사회공헌비에 쓸 것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아예 공익법인을 만드는 것은 주먹구구식 기부금 집행을 탈피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연 관계자는 “기부금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은행 문턱을 낮추는 등의 시스템적 접근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27일 은행들이 현행 경영공시 외에 사회적 책임 활동도 공시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는 기부 등 사회공헌은 물론 국가·지역 경제 발전, 윤리·투명 경영,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소액 대출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선진국 은행처럼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사회적 책임 경영과 공표에 대한 모범 기준을 마련하거나 국제 규범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전담조직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국내 은행이 공익재단 설립이나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에 과거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국민 기대나 사회적 요구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5-12-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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