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만 놨어도…”유족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헌화
홍희경 기자
수정 2005-12-28 00:00
입력 2005-12-28 00:00
인혁당 사건에 대해 30년 만의 재심결정이 내려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방청석의 맨 앞줄을 차지하고 앉아있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내들은 결정문 낭독이 끝나자 일어나 힘차게 박수를 쳤다. 울다웃다를 반복하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남편과 동생이 사형당한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이들은 사형장 교수대 입구에 흰 국화를 한 송이씩 놓으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공산주의자의 아내로 낙인찍히며 살아온 삶도 억울했지만,30년 동안 유족의 목소리를 외면한 사법부가 더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재판장인 이기택 부장판사는 결정문을 읽기에 앞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이 자리에 피고인들이 없다는 것, 그것도 재심 대상 판결로 사형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면서 “이런 사정들은 이 재판의 역사적 위치와 함께 재심을 통한 피고인들의 권리 구제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해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했다.
재심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미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석은 비워둔 채 공판을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5-12-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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