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짓밟히는 ‘가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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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 기자
수정 2005-12-22 00:00
입력 2005-12-22 00:00
올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A(18)양은 지난 5년이 악몽같다.

중학교 1학년 때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했다. 어린 소녀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은 없었고 결국 생활비를 벌기 위해 회당 10만∼3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했다. 낙태를 하기도 하고 성매수자로부터 폭행도 당했다. 지난해 청소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쉼터에 입소했지만 아직까지 심리상담을 받으며 치료 중이다.

성폭력 가해자는 친구·선후배가 46%

성매매나 성폭력에 노출된 가출 청소년은 A양만이 아니다. 가출 청소년 절반 이상이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3∼20세 가출청소년 4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61.8%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간 피해 경험도 전체 28.1%나 됐다.

남자친구가 주는 돈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B(17)양.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돈이 떨어질 무렵 20대 남자와 채팅을 했다.B양은 법대 출신이며 홀어머니와 살고 있으니 어머니 말동무도 돼줄 겸 들어와서 살라는 이 남자의 제안을 믿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강간을 당했다.

성폭력 가해자는 친구·선후배가 46.4%로 가장 많았고 B양의 경우처럼 채팅이나 거리에서 만난 사람이 37.9%, 용돈이나 잠자리 등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 사람이 16.1%로 그 뒤를 이었다.

가출 청소년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성매매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전체 43.4%가 성매매를 제안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24.7%는 실제로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친구와 단순히 놀고 싶은 마음에 가출한 C(17)양도 성매매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밥과 잠잘 곳, 거기다 용돈까지 준다는 쪽지를 받고 약속장소에 나갔다.C양을 기다린 것은 돈 10만원과 성관계 요구였다. 강간 피해를 경험한 경우는 61.8%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피해 경험이 없는 경우는 9%만이 성매매를 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 유형은 티켓다방 등 ‘고용형’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형’이 3배 가량 많았다. 성매매 동기(복수응답)로는 ‘가출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가 52.3%,‘가출 후 잘 곳을 제공해준 사람이 원해서’가 48.6%,‘가출 후 용돈을 준 사람이 원해서’가 37.6%,‘친구가 권해서’가 22%를 차지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걸프전 참전군인보다 높아

강간 피해나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란 외상으로 경험될 만큼 심각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때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부모님의 무관심을 견디지 못했던 D양은 가출 후 티켓다방에서 일했다. 결국 팔에 상처를 내 자해를 하는 등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강간 피해를 입은 경우 심각도가 43.18, 성매매 경험자의 경우 41.31로 나타났다. 이는 걸프전 참전군인의 34.8, 아동기 성적 학대 경험을 가진 성인 여성의 30.6보다 높은 수치다.

청소년종합지원센터 김주영 긴급구조팀장은 “성매매의 경우 단순히 제안을 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출 청소년들은 큰 피해를 입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까운 상담센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5-12-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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