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의 여왕…/이창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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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기자
수정 2005-12-16 00:00
입력 2005-12-16 00:00
항상 그렇듯, 정식 기록으로 언급된 한 두줄에 살이 덕지덕지 붙은 게 바로 야사(野史)다.‘시바의 여왕’도 그렇다. 값비싼 물건을 잔뜩 싣고 가 이스라엘 솔로몬왕을 만났다는 ‘이국의 여왕’으로 성경에 기록되어 있을 뿐인데, 사람들 입을 오르내리면서 어느새 매혹적인 신비의 여인으로 변신했다. 이 덕분인지 영화에서 시바의 여왕 역할은 늘상 손바닥만한 의상 몇 쪼가리만 걸치거나 가슴 큰 여배우의 몫이었다.

‘시바의 여왕,3천년 잠을 깨다’(이창식 옮김, 김영사 펴냄)는 바로 이 시바의 여왕의 흔적을 20여년간 쫓아다닌 미국의 고고학자 니콜라스 클랩이 쓴 추적기다. 시바의 여왕에 얽힌 이야기들은 다양하다. 솔로몬왕과 정을 통해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가 에티오피아의 왕이 됐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발키스’라는 이름의 실제 여왕이었다는 설, 실제 여왕이라기보다 여신의 은유라는 설도 있다.

저자는 20여년의 추적 결과 시바의 여왕은 실존했다고 결론짓지만, 대신 해석을 달리 한다. 저자가 보기에 솔로몬왕은 거대한 왕국을 다스린 지혜의 왕이었다기보다 조그만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부족의 왕에 불과했던 반면, 시바의 여왕은 거상으로서 엄청난 부를 소유했던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을 만난 것도 지혜에 반해서가 아니라 통상의 자유 때문이었다고 본다. 동침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목상인들의 관례나 전통을 감안한다면 그리 이색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그러나 후대 성서 제작자들은 여성에다 이교도인 시바의 여왕을 깎아내리고 대신 그들의 조상 솔로몬왕을 드높일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책 읽는 동안 제일 눈길이 가는 대목은 추적의 열정. 아무래도 저자는 성서의 진실성을 굳게 믿는 사람이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는 약간 껄끄러운 대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가 아니라는 고고학의 오랜 격언으로 봐서 굳이 비판만 할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상고사 논란과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니콜라스 크랩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활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2만 29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12-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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