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Life] 을유문화사 - 佛 갈리마르 출판사의 닮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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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기자
수정 2005-12-09 00:00
입력 2005-12-09 00:00
“일제에 빼앗긴 우리말과 글을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지난주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린 을유문화사 60돌 잔치에서 정진숙(93) 회장은 이렇게 간명한 인사말로 소회를 대신했다.

광복과 전쟁,4·19와 5·16 등 반세기를 훌쩍 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오면서도 정 회장의 마음은 여전히 서른넷에 출판을 시작하며 품었던 ‘초심’에 있는 듯했다.

60돌을 맞은 을유문화사의 정 회장 모습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창립자인 가스통 갈리마르를 떠올리게 한다. 갈리마르 출판사는 1919년 창립된 이래 마르셀 프루스트를 비롯, 알베르 카뮈, 사르트르 등 프랑스의 대표적 문인들이 책을 내왔던 곳.

갈리마르 출판사는 물론 세계적인 문학 전문 출판사이기는 하지만, 을유문화사와 닮은 점이 많다. 정 회장이 민병도·윤석중씨 등과 함께 출판사를 시작했다가 결국 혼자 떠맡아 오늘에 이르렀듯 갈리마르도 처음엔 앙드레 지드 등과 함께 출발했었다. 갈리마르가 경제적 사정이 안좋은 작가들을 껴안아줌으로써 프랑스 문학의 주춧돌을 놓았듯, 정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상업성이 없는 ‘조선말 큰사전’(6권),‘한국사’ 등을 내며 한국 출판의 토대를 닦았다. 그리고 두 출판사 모두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보편화된 지금까지 상업적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제 길을 가고 있다.

평소 베스트셀러란 말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정 회장.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판인의 밤’에서 참석자들은 그를 ‘아름다운 출판인’으로 선정했다. 아흔을 훌쩍 넘어 출판 60돌 잔치를 치른 정 회장은 ‘대박’에 매달리는 수많은 출판인들의 정신을 깨우는 죽비란 생각이 든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12-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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