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경제학/피에트라 리볼리 지음
최광숙 기자
수정 2005-11-11 00:00
입력 2005-11-11 00:00
그녀가 공장에서 버는 돈은 아버지가 버는 돈보다 7∼8배나 많다. 대화는 물론 화장실 이용까지 제한받을 정도로 매우 엄격한 공장에서 일하는 그녀가 고향을 떠난 이유는 돈이 아니다.
부모님이 정해준 신랑감과 결혼하지 않기 위해 공장에서 번 돈으로 신랑감에게서 받은 선물 값을 물어 주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포장도로는 물론 빌딩도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영화를 보거나 쇼핑몰을 드나들며 자유로움과 젊음을 즐겼다. 아이러니하게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권 사각지대로 알려진 섬유와 의류산업이 중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경제적인 자유와 독립적인 생활을 가져다 주었다.
●티셔츠의 일생을 좇아
‘티셔츠 경제학’(피에트라 리볼리 지음, 김명철 옮김, 다산북스 펴냄)은 우리가 늘상 입는 ‘티셔츠의 일생’을 통해 한눈에 세계경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정치, 경제, 세계화 문제를 아우르고 유익함과 함께 생동감, 유머,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가 중국 등지의 노동력 착취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제경제학자인 저자가 무려 5년에 걸쳐 티셔츠의 출생과 성장의 비밀을 추적했다. 텍사스의 목화농장, 중국의 섬유공장, 아프리카의 구제옷 시장을 여행하며, 미국의 텍사스 목화가 중국산 티셔츠로 다시 미국땅을 밟기까지, 그리고 다시 미국인들에게 버려진 티셔츠가 아프리카의 구제옷 시장에서 화려한 제2의 삶을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두개의 얼굴
저자는 자본, 기술, 정부 보조금으로 국제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의 목화 재배농과, 그런 미국의 농부들 때문에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제3세계의 농부들을 대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 미국인들이 버리는 옷들이 아프리카 구제옷 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것을 보여주며 부유한 미국인들이 공급자가 되고,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이 수요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실상을 소개한다.
그녀는 경제학자지만 자유무역과 경쟁시장의 효과를 찬미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세계화와 반세계화 등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시각을 갖췄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농촌 아가씨들의 경우처럼 노동력 착취공장조차 빈곤한 이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한국·홍콩·타이완처럼 국가적으로 성장의 발판이 된 점을 지적한다.
특히 저자는 티셔츠의 일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이 미국 같은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들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준다.1만 2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2005-11-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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