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김미경 기자
수정 2005-11-11 00:00
입력 2005-11-11 00:00
●대중과 함께 숨쉰 아름다운 시인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평전 ‘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김현균·최권행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가 나왔다.
이미 1960년대에 100만부 이상 발행된 시집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를 비롯,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이를 원작으로 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일 포스티노’ 등으로 국내에서도 그는 친근하다.
네루다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시인일 뿐만 아니라 민중 앞에서 낭송하고 연설하기 좋아한 활동가였다.
또 굳은 정치적 신념을 갖고 부패한 정권을 비판해 오랜 세월을 지하생활과 망명생활로 보내기도 했다.
저자는 네루다가 시인의 꿈을 키웠던 유년기부터 보헤미안적인 삶에 탐닉했던 학창시절, 외교관으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유럽을 유목했던 시절, 안데스를 넘어 망명길에 올랐다가 3년5개월만에 귀국한 뒤 노벨상을 받고 눈을 감은 마지막 순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좇는다. 또 네루다가 만난 사르트르·미스트랄·피카소 등 작가·예술가는 물론, 체게바라·마오쩌둥·카스트로·스탈린·히틀러 등 정치적 인물들도 함께 등장, 당대 역사의 지형도를 볼 수 있는 묘미도 제공한다.
●김수영 등 한국작가에게도 큰 영향
네루다는 한국문학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를 처음 만난 한국작가는 동갑내기 월북작가인 상허 이태준. 상허는 네루다를 “칠레 광산노동자들 속에서 시를 쓰며 세계평화를 위해 싸워온 시인”으로 소개했다. 김수영은 ‘창작과 비평’에 네루다의 시 9편을 번역, 싣기도 했다. 김수영의 대담한 전위주의, 시인의 양심과 타락한 현실의 충돌에서 오는 자의식과 비애는 네루다와 닮았다.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 더욱 활발하게 소개된 네루다는 시인 김남주, 정현종 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정현종은 네루다의 시를 번역하면서 “역자 자신이 쓴 것처럼 으스대고 싶기도 하다.”는 말로 네루다의 작품세계를 높이 샀다.
●다채로운 연예편력
문학적으로 일관된 성공과 호평을 거둔 것과는 달리, 네루다의 사생활은 모순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열성적인 스탈린주의자였지만 정치적 신념에 구애받지 않고 스탈린의 적수들과 보수파, 독실한 기독교 신자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로 자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두 여성에게 동시에 구혼했다가 모두에게 거절당했던 청년기, 아내와 연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그들과 잇달아 결혼했던 장년기, 세 번째 부인의 조카딸과 사랑에 빠졌던 노년기 등 다채로운 연애편력도 소개된다.
말년까지 여성의 틈바구니에서 사랑의 감정을 시에 담아냈던 그는 “내가 쓴 시를 합하면 7000여쪽쯤 될 것이다. 그런데 정치를 주제로 쓴 것은 4쪽도 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사랑을 더 자주 노래한다.”고 했다. 열정적인 지성인 네루다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2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5-11-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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